예비역 육군 대령과 정년퇴직 국어 교사가 살아 온, 닮은 듯 닮지 않은 한 부부의 인생은 팔랑귀와 말뚝 귀 부부로 살아서 더 많은 이야기들이 조화를 이룬다. 어느 집이나 한 사람의 희생이 있어 가족이 화목하다면 기꺼이 아내, 엄마일 것이다. 저자 안윤희는 딸이었고 며느리였다. 현명한 아내, 지혜로운 세 아이의 엄마였고 국어 선생님이었던 정년 62세까지의 삶을 이 책을 통해 만나 보기 바란다.
월요일 아침, 다른날 보다 일찍 등교를 서둘렀다. 아침밥도 안 먹고 골목을 빠져나와 남의 집 담벼락에 기대 양말을 신었다. 쭉 끌어당겼다. 딱, 무릎까지 올라온 양말 길이와 옆을 보니 친구들이 신은 그 반스타킹과 거의 유사한 모양이었다. 뛰다시피 등교해 교실에 앉았다가 아이들이 제법 많이 왔기에 통로를 왔다 갔다 했다.
“너도 반스타킹 샀구나!”
대꾸를 않고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며 독일 병정이 다리를 뻗고 걷는 것처럼 뒷짐까지 지고 왔다 갔다 하며 뽐냈다.
그런데 나를 가끔씩 무시하던 은주란 친구가 손뼉을 치며 깔깔깔 웃어대기 시작했다. 순간 가
슴이 철렁했다. 뭘 눈치챈 건가?
“얘들아, 윤희 뒤를 좀 봐라.”
아이들 시선이 뒤를 향했을 때 나도 따라 고개를 돌려 보니, 종아리 부분에 달걀만 한 뒤꿈치가 매달려 있었다. ‘아버지 양말 뒤꿈치가 왜 거기에 있담.’ 후끈 달아오르는 볼을 감싸 안고 그 길로 냄새나는 변소로 가서 문을 걸어 잠갔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거기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고 한참을 생각하니 은주가 너무 미웠다. 복수하고픈 마음에 분을 삼키며 아무렇지도 않게 그 양말을 신고 학교가 파할 때까지 견뎠다. 무슨 계산이었는지…….
학교를 벗어나자마자 양말을 벗어들고 펑펑 울었다.
- 본문 중에서
작가의 말
Ⅰ - 시가 있는 이야기
봄날의 전원일기
늦둥이
집으로 가는 길
쑥개떡
곶감 만들기 1
곶감 만들기 2
한주 외할머니 순창 매실
아기 새야, 잘 가
현충일 유감
서른 살 아기 여름나기
봄인데도 학교는 추워요
이름값
Ⅱ - 산골 살림에 담긴 이야기
정원을 선물받다
장 가르기
과유불급
철길과 복숭아
감동이 너무 크면 덤덤해
닭장 만들기 프로젝트
행복 한 컷
세상을 향한 넋두리
사필귀정
엄마 식혜
김장하기
양말
팔랑귀 내 남편
미스코리아 다리
미안한 환갑
고마운 환갑
내 편견을 깬 막내딸의 글 한 편
말뚝 귀 아내
Ⅲ - 청출어람, 제자 이야기
스승의 날마다 제자들이
역시 달랐다
종교의 자유, 그리울 자유
영원한 사랑꾼
첫 제자들을 만나
행복한 방문객
잊을 수 없는 선생님
박사가 되어
고등학교 신문에서
사랑하는 제자 박혜미 선생
제자의 첫사랑
불청객이 될 뻔한, 이유 있는 변명
무결석 학급으로 돌아온 보상
수의사와 의사 사이에서
키다리 성장기
서울대 꼭 가고 싶어요
제자의 아들 담임이 되어
나의 은사님
Ⅳ - 학교생활 이야기
선택의 문제
미혼모도 소중해
19세 아들을 흉보는 엄마
그때 그랬지
청소는 아무나 하나
돌아온 물건, 찾은 양심
세상에 문제아는 없다. 문제 부모가 있을 뿐
가까이 있는 사람 항상 사랑하기
존경하는 여성
공부만 잘하는 아이, 공부도 잘하는 아이
말은 그 사람의 인격
아픈 손가락
돈 내요
비교당하면 안 돼요
남편 덕도 봤다면 봤지
마지막 공개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