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그런 시를 만나기 마련이다. 그냥 읽으면 좋은 시, 쉽게 읽어지는 시, 읽고 나면 행복해지는 시, 깨달음을 얻는 시. 미사여구 가득하고 의중을 파악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하는 어려운 시들도 좋지만, 그와는 다른 결로 억지로 해석하지 않아도 가슴 먹먹해지는 저자 안윤희의 시를 이 책을 통해 만나 보기 바란다.
“그냥 읽으면 좋은 시, 쉽게 읽어지는 시, 읽고 나면 행복해지는 시, 깨달음을 얻는 시”
첫 번째 시집 《늦둥이》를 출간하면서 다시 몇 년이 걸릴지는 모르지만 늦둥이를 또 갖고 싶다고 했습니다. 환갑을 맞아 두 번째 시집 《며느리서까래》가 세상에 나왔을 때는 정년퇴직을 운운하며 ‘그때 좀 더 잘 할걸’ 하는 후회는 안 하겠다 약속을 했습니다. 게으름을 멀리하여 세 번째 시집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습니다. 남과의 약속을 꼭 지켜야 하는 것처럼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세월을 돌아보니 혼자 이룬 게 하나도 없습니다.
내가 쓴 시를 제일 먼저 읽어 주는 첫 번째 독자인 남편이 고맙고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며 늘 최고라고 응원하는 세 딸과 사위가 고맙습니다. 가까이서 ‘국어’ 선생님 앞에 붙은 ‘시인’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대단하다며 정년까지 오도록 따르고 도와준 후배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아름다운 세상, 철 따라 변하는 자연 속에서 내 사랑하는 제자들이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시선을 위로 두지 않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고집스런 국어 선생이 참 좋았습니다. 임용부터 퇴임까지 한눈팔지 않고 나랏말 가르치는 일이 교사가 할 최고의 가치임을 알았으니까요. 길다면 참 길었을 40년 가까운 세월, 끝까지 완주한 자신을 대견하다 칭찬해 봅니다.
- ‘시인의 말’ 중에서
시인의 말
1부 장독대에서
봄엔 모두가
겨울과 봄 사이
동백꽃
봄 오는 길
토정비결을 보다
고택 매화
창꽃, 진달래
멀리 가는 향기
장독대에서
미세먼지
또 보고파서
2020 신종코로나19
당신과 함께라면
살림살이
강가에서
내일을 위한 휴식
산수유꽃 축제
촌부 상경기
행복
뽀글뽀글 파마머리
2부 여름 밥상
조화
새소리
눈물
미운 장마
욕심
여름 밥상
선풍기
효의 모습
방울토마토
매실
선산 지킨 소나무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며느리밥풀꽃
밀물과 썰물
자각
태양초 되기까지
달맞이꽃
외가
이별 너머엔
메밀꽃
비 갠 후
모전여전
3부 집 구경
입추
집 구경
상량일의 기도
고향을 찾아
맏사윗감
송편
귀뚜라미
치마만 입는 여자
아들만이 내 사랑
이사 가는 나무
개미를 위해
부부싸움
헛걸음
청려장
약속 지키기
젊은 날
불면
내리사랑, 치사랑
괜찮아
방패막이
4부 교사로 산다는 것은
시험 시간
꽃차
나목
겨울 방학
시위하는 이유
섣달에
겨울비
지하철 안에서
눈이 온다
시인은
반성하고 응원하고
내일
비밀
생과 사
노모의 명절
삿갓봉 온천
자연이야
당신 땜에
늙은 벤자민
교사로 산다는 것은
발문 시간의 술래와 아모르의 시화 / 안익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