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하게 펼쳐지는 벌판과 크고 작게 줄을 선 언덕들을 바라보면서 내 인생도 이제 봄을 지나 여름도 아닌 가을로 접어든 듯한 절망감이 밀려온다.
그리고 이 가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또 먼 시간이 흐르면 다시금 후회하게 될까? 아님 어쩜 이 가을조차 봄이었음을 깨닫고 말 것인가?
- 행복을 꿈꾸지만 비극이 어울립니다 중에서
사랑, 결혼, 가정 그리고 직장. 누구나 그렇듯 이 모든 것을 마주하는 우리는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서른, 마흔, 아니 쉰이 지난 나이가 되어도 불쑥 폐를 찌르듯 통증처럼 엄습할 이 질문을 마주한 채 우리는 괴로워하고, 회피하다 결국 외면하고 말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삶을 관통하는 질문에 어떠한 답도 던지지 않는다.
다만 ‘살아간다는 것을 고민하는 나’를 소설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 그들의 시점에서 풀어냄으로써 한 번쯤 객관화하여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소설에는 그만큼 다루어야 할 다른 훌륭한 주제가 많다
마음속의 응어리를 풀어내기 위해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마음속에 자리 잡은 모호한 분노, 누구를 향하는지도, 무엇을 향하는지도 모르는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여섯 편의 단편을 통해 우리에게 이러한 질문을 하고 스스로 답을 내릴 수 있도록 유도해 낸다. 할 수 있음에도 하지 못하게 자신을 붙잡는 무언가를 과감하게 끊어낼 수 있도록.
행복을 꿈꾸지만 비극이 어울립니다
이번에는 너무나 뻔한 연애
커피는 바꾸었지만 인생은 여전하네요
샤를 드골, 집으로 가는 길
오늘처럼 아무 일도 없는 날엔
바람이 불면 비가 내리기도 한다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