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가방엔 언제나 두어 권의 책이 들어 있어 무거웠고, 절 닮은 제자는 소풍날 제 가방을 들어 주며 무슨 책인지 꺼내 보곤 하였습니다. 제가 있는 곳은 항상 책과 가까웠고, 이부자리 근처에도 읽지 못한 책을 낙엽처럼 흩어 놓아 같이 사는 이의 나무람을 들어야 했습니다. 제가 숨 쉬는 공간에 책과 함께하는 것이 당연했고, 무거운 책 탓에 자주 가방을 바꾸어야 해도 명품을 탐한 적이 없었습니다. 숨을 쉬듯 책을 읽고, 그 책을 빌려 세상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길가 들풀처럼 나이 들어 가는 시골 선생으로 산과 강, 풀과 나무를 자세히 들여다볼 때, 또 다른 우주가 그 속에 있음을 믿습니다. 길섶에 맺힌 이슬 한 방울도 마음을 다해 바라볼 때 다른 세상으로 저를 인도할 것입니다.
봄비는 소녀의 마음을 적시고,
봄꽃은 소년의 눈빛에 분홍 연심 한 방울을 피어나게 합니다.
저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정리를 잘하지 못해 널려 있는 책으로 인해 집이 어지럽다고 타박을 받습니다. 읽어야 할 책은 늘 많은데 시간은 부족한 날들이 매일 이어집니다. 대단한 독서가는 아닙니다만, 저 역시 책이 인생을 바꾼다고 생각합니다. 장석주 시인은 이 책의 서문에서 일본 메이지 대학 교수인 사이토 다카시의 “인생은 책을 얼마나 읽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처럼 책읽기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저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인생의 고비마다 책을 만나고 그 책 속에서 길을 제시한다는 것을 믿습니다. 진실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 안개 속에서도 우리는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 길은 책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 내 삶의 주인으로 살기 위한 책읽기 中
시작하는 글
1. 강마을에서 책읽기 Part 1. 봄날의 책
2. 강마을에서 책읽기 Part 2. 여름날의 책
3. 강마을에서 책읽기 Part 3. 가을날의 책
4. 강마을에서 책읽기 Part 4. 겨울날의 책
책갈피 속에 숨은 감성적 창조 역량과 사계의 숨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