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순 작가의 산문에서 글쓰기는 지나온 경험을 텍스트로 옮겨 적는 단순한 채증採證의 행위가 아니다. 온몸의 감각으로 체득한 삶을 문학적 언어로 조형하고, 그 과정에서 경험의 이면에 가라앉아 있던 참된 의미를 건져 올리는 숭고한 작업이다. 결국 이애순에게 ‘감각의 시간’은 문학을 짓는 풍부한 영혼의 재료이며, ‘언어의 시간’은 그 재료를 형상화하는 성찰의 과정이다. 무엇보다 경탄할 만한 점은 이 두 시간이 겉돌지 않고 톱니바퀴처럼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는 사실이다. 감각이 언어를 조용히 불러내고, 그 언어는 다시 감각을 새롭게 해석하도록 서로 이끎으로써, 개인적인 체험이 보편적인 문학적 미학을 획득하였다.
그러므로 이애순 작가에게 글쓰기란 단지 ‘살아온 지나간 시간을 기록하는 일’에 머물지 않고, ‘살아온 시간을 언어로 눈부시게 살아내는 일’이다. 온몸의 감각으로 지나온 삶을 언어로 온전히 되살려내고, 그렇게 되살아난 삶의 온기를 다시 독자의 감각 속으로 건네는 일. 이것이야말로 그녀의 산문이 그려내는 두 시간의 거룩한 순환이자, 유한한 삶을 영원한 문학적 시간으로 확장해 내는 아름다운 방식이다.
- 박양근(문학평론가, 부경대 명예교수)
이 산문집은 제목에서부터 일상의 다정함과 특별한 순간의 눈부심을 함께 품고 있다. ‘여느 날’과 ‘어느 날’ 사이에는 평범한 삶과, 그 평범함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의 경계가 놓여 있다. 치열하게 살아온 시간 속에서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삶의 단면들이 남다른 의미로 다시 태어난 이 책은, 그래서 삶의 표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질문과 답으로 직조된 성찰의 기록이라 불릴 만하다.
특히 삶의 길목에서 작가가 마주했던 ‘사회적 자아’와 ‘내면의 자아’ 사이의 간극은 이 산문집을 움직이는 든든한 내적 동력이 된다. 가문의 구성원으로 살아온 자신과 마음 깊은 곳에서 침묵해 온 자아가 서로 마주 보는 순간, 그 감각은 언어에 담겨 숭고한 회상으로 변한다. 그때 작가는 그 웅덩이에서 무엇을 건져 올렸느냐고 자문한다. 『삶은 ‘여느 날’과 ‘어느 날’의 변주라오』는 그렇게 되살아난 감각을 문학적 서율抒律로 변주해 낸 결과물이다.
작가는 삶이란 여느 날과 어느 날의 끊임없는 변주라고 말한다. 삶을 언어로 구워내는 이 문학적 여정에 동행하는 독자 역시 자신의 기억을 일깨우게 될 것이다. 이처럼, 문학이 각자의 삶에 숨겨진 시간의 변주를 다시 살려내는 일이라면, 『삶은 ‘여느 날’과 ‘어느 날’의 변주라오』를 통해 우리는 몸으로 이겨낸 자신을 만나고 작가의 언어로써 자아의 울림을 음미할 것이다.
작가는 온몸의 감각으로 체득한 삶을 문학적 언어로 조형하고, 그 과정에서 경험의 이면에 가라앉아 있던 참된 의미를 건져 올리고 있다. 이애순 작가에게 있어 ‘감각의 시간’은 문학을 짓는 풍부한 영혼의 재료이며, ‘언어의 시간’은 그 재료를 형상화하는 성찰의 과정이다. 무엇보다 경탄할 만한 점은, 이 두 시간이 겉돌지 않고 톱니바퀴처럼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는 사실이다. 감각이 언어를 조용히 불러내고, 그 언어는 다시 감각을 새롭게 해석하도록 서로 이끎으로써, 개인적인 체험이 보편적인 문학적 미학을 획득하고 있다.
이 산문집은 작가가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언어로 눈부시게 부활시킨다. 그렇게 구워낸 언어의 온기가 독자들의 가슴으로 다정하게 건네질 것이다. 이 책에 담긴 문장들은 독자 각자의 기억 속에 잠자고 있던 삶의 변주를 일깨우며, 스스로의 삶을 끝까지 완성해 나가는 문학적 주체임을 깨닫게 해준다. 의무에서 공감으로, 공감에서 자기 성찰로, 그리고 마침내 자유와 창조로 나아가는 작가의 유유한 걸음은 “구름에 달 가듯이” 아름답고 아늑한 인향人香으로서 우리 곁에 오롯이 남아 있을 것이다.
작가의 말
1장 쉼을 기다리며
‘13Wol’에 머물며 / 노산인가 박지훈인가 / 낙안읍성을 걸으며 / 눈의 나라 / 해피 엔딩이어서 더 아름답다 / 루저들의 삶 / 션윈예술단 공연 후기 / 참꽃 / ‘하링’을 먹어야지 / 사람의 공간에서 자연의 공간으로
2장 세상 속에 자리하기
여느 날과 어느 날 / 소년의 꿈 / 백일장에서 / 웃어줄 수 없는 삼류 개그 / 만두를 좋아하시나요 / 일일 달력 / 현정이 / 말 / 화장 / 어디서 왔을까 / 날 데려가려거든
3장 소중했던 시간과의 만남
하와이 연가 / 송편 song / 폼 재던 시절을 찾아 / 2025 프로젝트
4장 self & 페르소나
무명작가 / 1987 / 명절촌감 / 봄이 왔다기에 / 문환이 아저씨 / 엄마놀이 / ??? / 반半의 미학 / 시소놀이 / 첫 경험 / 화려한 외출 / 성지가 되신 이모님 / 도가니탕을 먹으며 / 멈춘 시간 / 녹 / 돌담 / 간이역이 선물이기를
작품 해설 | 이애순의 감성과 지성의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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