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발등만 내려다보며 걷다
돌다리에 잠시 발을 담그는 순간
어디선가 흘러온 꽃씨 하나
발등에 올라앉아
한참을 그 자리에 머물렀다
꽃씨는 너무나도 멀리서 왔나 보다
그날 이후
나는 더 이상 꽃을 찾아다니지 않았다
- 「내 발등에 피는 꽃」 중에서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더니, 서울깍쟁이가 나보다도 더 원주천을 사랑하더니 기어코 사고를 치고 말았다.
누구나 지나칠 수 있는 흔한 하천을 소재로 한 권의 시상을 엮어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사물과 식물과 살아있는 것들을 향한 소재일 뿐, 우리와 함께 살아온 원주천의 생활 모습이 표현된 사실적인 글이 없어서 왠지 가슴 한편이 허전할 뿐이다. 끈기 있고 성실한 시인이니만큼 두 번의 강산이 변했을 때는 이기자기한 ‘봉천내’의 생활상이 그려져 있지 않을까 기대하여 본다.
- 북원주새마을금고 이사장 황경수
작가의 말
축하의 글
1부
꽃 밥알
지문이 생긴 후
윤회(輪廻)
꽃다발을 물고
편지
눈 오는 날 청둥오리
풀의 음장
부처꽃
우표 한 장
밤의 옷
우두커니
종소리
나도 그렇다 하자
품위 유지
순응
꽃잎을 흔들고
호강
아무도 없다
시는 빗물로 꽃을 피웠다
이름표
바람이 가는 길
망설임
몽당연필이 되어
개똥
동서 생각
2부
흐르고
꽃시계
풍경 밖의 사람
연둣빛이라는 훈련소
그리움처럼
저녁 강가에서
아침 일곱 시
야, 야, 나오너라
겨울 이야기
그들만의 대화로
바람 맞을 각오로
잠
편지를 열지 마오
술잔을 내밀며
늙음
엽서 한 장
왜 사느냐 물으면
첫눈은 귀신처럼
제비꽃
싸움질하는 장맛비
벚꽃잎
물 위에 쓴 편지
만질 수 없는 달
그립다고 하죠
물의 집
3부
폴라리스
이별로 살아야겠다
그녀
약속
비밀을 늘어놓는다
꽃의 거만함
묵언
백로가 오길
봉숭아 물
가을을 좋아한 회색왜가리
기억
풀깃
꽃잎이 물에 떨어지듯
잡생각
때를 놓친 오후
첫눈의 사랑은 너무 어려워
족두리꽃
잔별을 색칠하는 밤
여기서
봄비
갈색 시간
선약
바람은 나의 스승
그리움
화분
4부
바람개비
잡초
우산 속
어느 여름의 한때
꽃송이로
작달비
답장
하얀 시
봄에 쓴 어떤 편지
여름에 쓴 어떤 편지
가을에 쓴 어떤 편지
겨울에 쓴 어떤 편지
또 꽃이 피었어요
노래
가을의 첫날과 마지막 날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계절 타기
견디며 산다는 건
이름 없는 풀에게
백로의 지혜
비 맞을 각오로 핀 꽃
시처럼 편지를 썼다
새의 기침으로 꿰매는 밤
물속에서 꽃잎을 태웠다
내 발등에 피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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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booku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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