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힘든 시간을 지나온 기록이자 눌려 있던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애씀의 과정이다. 2005년 ‘시로 등단했으나 오랫동안 시 쓰기를 멈췄던’ 작가가 2023년 『전원생활』 수기 입상, 『월간문학』 수필 등단 3년 만에 첫 수필집을 세상에 내놓는다. 살다 보면 갑작스러운 급류에 휩쓸리거나 길이 없을 것 같은 벼랑 앞에 서기도 한다. 그런 한때에 바탕한 작가의 첫 수필집에는 사람과 자연, 생명과 관계, 상실과 견딤을 지나 다시 살아갈 용기를 발견하는 사유를 담은 44편의 작품을 묶었다.
한 권의 수필집은 대개 한 사람의 시간을 담는다. 하지만 이 책은 시간을 넘어 ‘삶’이 어떻게 사람을 단단하게 만들고, 다시 사람을 향하게 하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작가는 자신이 살아낸 시간들을 차분히 펼쳐 보인다. 그래서 이 책은 독자와 함께 동행하는 벗처럼, 곁에 머물러 준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작가의 ‘돌아보기’는 자신과 가족을 넘어 식물과 동물, 이웃에게 향해 산과 개울, 밭 가에 있는 작은 웅덩이, 곧 철거될 마을의 빈 골목에 닿는다. 그래서 책에는 쇠뜨기, 호밀, 청보리, 느티나무가 푸르고 가재, 뱀, 고라니, 멧돼지가 지나가고 신산한 삶을 살아온 늙은 여인과 허리 굽은 농부의 애틋한 뒷모습이 아로새겨져 있다.
제1부 「저 단단한, 꽃들」에서는 삶을 견디며 자신의 자리에서 피어난 여성들의 모습을 통해 강인함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제2부 「달이 뜬다」는 농사와 자연을 소재로 생명의 가치와 환경, 인간의 삶을 성찰한다. 제3부 「모두가 하나이고 하나가 모두이니」에서는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깊은 통찰을 전한다. 제4부 「별이 떨어져 벼랑에 걸리듯」은 잠시 세상에 머물다 간 작은 존재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기억하고, 마지막으로 제5부 「분갈이의 시간」은 오랜 견딤 끝에 비로소 자신을 보듬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 회복의 시간을 담아낸다.
주제별로 구분되어 있지만 작가의 작품들은 결국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사람에서 자연으로, 자연에서 세상으로, 세상에서 또다시 사람으로. 작가의 시선은 따뜻함 속에 묵직함을 지녔으며, 담담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래서 이 책은 상처를 품고도 살아가는 삶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수필집이다.
작가의 말
1부 저 단단한, 꽃들
그녀의 이름
손등
엄마의 유산(遺産)
고래 낙하(落下)
키질 소리
백세시대(百歲時代)
바위 꽃
그녀도 한때는 꿈 많은 어린 소녀였다
토란
2부 달이 뜬다
낫의 시간
태풍이 온 날
뼈
가재가 있는 개울
달
풀 무덤
쇠뜨기
뱀
낮은 것들의 힘
나와 당신이 떠난 뒤에
3부 모두가 하나이고 하나가 모두이니
백 년의 집
우리는 이 별의 낯선
사장님, 사장님, 사장님!
봄 산을 싸릿대 같은 바람이 훑고
관(棺)
골목의 안부를 묻는다
나무가 위험하다
목숨
눈물길
4부 별이 떨어져 벼랑에 걸리듯
그는 무슨 말을 했을까
한 남자가 저수지로 들어갔다
눈이 온다
죽은 자의 길
우리는 어차피 죽게 되겠지요
흐린 날, 양화진에 갔다
겨울, 의령(宜寧)
5부 분갈이의 시간
벽
마중
턱
웅덩이
칡
늙은 개
말의 무게
산에 닿다
뿌리의 힘
발표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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