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도
쉽게 흔들리지 않고
비가 와도
조용히 받아내는 꽃
누군가의 눈에
늦게 띄어도 괜찮다
피어난 이 순간이
나다운 계절이니까
오래 살아낸 시간 속에서
조용히 남아 있는 것들이
어느 날 한 줄의 시가 되었다
늦게 피었다고
늦은 꽃은 아니다
오래 걸어온 사람에게
시(詩)는
늦게 피는 꽃이다
시인의 말
1부 [물안개 피는 소리]
꽃을 들고 가는 길
라일락이 스미는 시간
연하늘빛 자켓
다섯 글자
늦은 계절에도 시(詩)는 핀다
낯선 정지
길 위에 쏟아진 봄
꽃비 지나가는 길
그녀가 두고 간 봄
언덕 위의 배들 ― 호암지
버려라 다시 살려면
봄날의 외도
너희는 무엇으로 타오르는가
그 래도 내일
밤이 건네는 향기
2부 [늦은 계절의 문장]
늦게 핀 마음
낮아져야 보이는 것들
소리 사이에
조용히 내려놓는 이름
늦은 계절
몫
첫사랑
아버지의 연못
낭만 망치
낯선 명찰
빈자리
바람이 읽는 페이지
애기똥풀이 자라던 날
꽃 같은 글자들
눈길 위의 사유
3부 [탄금대 노을빛]
명자나무
나비야
마즈막재
하늘재
봄봄봄
사과꽃
호수를 거두는 오후
괴테를 부르다
석양을 마시는 시간
빨간 꽃핀
빛결
작은 카페
파꽃은 피고 지고
스쳐 가는 것들
구절초
4부 [다시 피는 꽃]
비 지난 자리
아버지가 먼저 길을 낸다
낙엽 아래 숨은 시간
사과꽃 피는 집
낯선 언덕 위에서
잔향(殘香)
소낙비
문장이라는 숨
꽃향기 앞에서
빨간 코의 역사
육순의 오후
사람이라서
콩나물 연주회
인생은 솜사탕처럼
에필로그
늦은 계절의 안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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