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고의 성군 세종의 곁에서 가장 오래, 가장 가까이 그를 지킨 사람. 그러나 정작 본명조차 역사에 또렷이 남지 않은 한 여인이 있다. 이 소설은 청송 심씨 가문의 딸로 태어나 열 살에 충녕군과 혼인하고, 남편이 왕위에 오르며 국모의 자리에 서게 된 소헌왕후 심씨의 삶을, 한 인간으로서의 내밀한 시선으로 다시 따라간 장편 역사소설이다. 아버지 심온의 처형, 친정의 몰락, 자식들의 이른 죽음, 그리고 한글 창제의 밤에 이르기까지.
기록의 바깥에 남겨졌던 그녀의 침묵과 인내, 사랑과 위엄을 작가는 단정하고 결 고운 문체로 복원한다. 화려한 궁중 풍경이 아니라, 한 여자가 왕후로 기록되기 전에 견뎌야 했던 ‘한 사람의 계절들’을 따라가는 이야기다.
『소헌』은 조선왕조 5백 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군으로 꼽히는 세종대왕의 반려자, 소헌왕후 심씨의 일대기를 한 편의 장편소설로 엮어 낸 작품이다. 저자는 ‘한 나라의 왕후였음에도 본명조차 또렷하게 기록되지 못한 여인’이라는 사실에서 출발해, 사료의 행간에 묻혀 있던 그녀의 목소리를 문학으로 되살린다. 거대한 왕조의 그림자가 아니라, 그 그림자 안에서 묵묵히 한 가문과 한 나라의 균형을 받쳐 든 한 여자의 마음을 천천히 따라가는 소설이다.
이야기는 청송 심씨 집안의 어린 딸이 충녕군과 가례를 올리는 장면에서 시작해, 왕비로서의 중궁전 살림, 아버지 심온의 처형과 친정의 몰락, 내명부의 수장으로서 감당해야 했던 무게, 자식들의 잇따른 죽음과 한글 창제의 밤, 그리고 영릉으로 향하는 마지막 길까지 7부 65장의 긴 호흡으로 이어진다. 화려한 사건보다 인물의 내면을 따라가는 구성으로, 한 여자의 일생이 곧 한 시대의 안쪽 풍경이 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소헌왕후를 ‘세종의 아내’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특히 한글 창제 이후, 사대부들이 새 문자를 외면하는 상황에서 “이미 한자를 잘 아는 이들에게 새 글자를 강요하기보다, 불경과 백성 대상 공고문을 한글로 풀어 글 모르는 백성에게 널리 쓰이게 하자”라고 조용히 조언하는 장면은, 기록 바깥의 여백을 문학적 상상으로 채워 낸 이 소설만의 인상적인 대목이다. 화려한 궁중사가 아니라, 한 여자가 견뎌 낸 ‘안쪽의 역사’가 독자에게 단단히 전해진다.
소헌왕후는 이 소설에서 단정한 며느리, 두려운 왕비, 무너지지 않는 어머니로 차례차례 변모한다. 아버지를 잃고도 임금의 곁을 지켜야 했던 모순, 자식을 먼저 보내고도 내명부의 질서를 지켜야 했던 책임, 그리고 한 남자의 아내로서 끝까지 잃지 않은 다정함 이 모든 결이 겹쳐 한 인간의 품위를 만들어 낸다. 저자는 이를 통해 ‘기록되지 않은 헌신과 인내가 어떻게 한 시대의 토대가 되는가’라는 질문을 조용히 건넨다.
젊은 변호사이자 작가인 심규덕은 사료의 흐름은 단단히 지키되, 그 사이의 인간적 진실을 문학적 상상으로 메워 낸다. 그래서 이 소설은 역사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뿐 아니라, 결혼을 앞둔 청년과 예비부부, 가족과 아이를 위해 자신을 뒤로 미루어 온 이 시대의 어머니와 아내들에게도 오래 남는 책이 될 것이다. 왕후로 기록되기 전에 한 사람의 여인이 있었음을, 그리고 그 여인의 고요한 결단들이 어떻게 한 사람의 생을 품격 있게 완성시키는지를, 이 책은 깊고 따뜻하게 보여 준다.
추천사
머리말
제1부. 매화가 피기 전
제1장 양주의 겨울 아침
제2장 아버지 심온의 방
제3장 규방의 공부
제4장 비 내리는 길례방
제5장 가문의 경사
제6장 첫 상견의 기억
제7장 가례 전야
제8장 충녕군의 눈빛
제9장 첫 문안, 중전의 시선
제10장 왕자비의 첫 계절
제11장 양녕의 바람, 충녕의 침묵
제12장 세자의 그림자
제13장 세자로 가는 길목
제14장 왕이 되는 날
제2부. 중궁의 자리
제15장 중궁전의 아침 질서
제16장 왕비의 답사
제17장 왕의 부재, 중궁의 결재
제18장 잔치의 낮은 소리
제19장 봄의 연회와 노인들의 미소
제3부. 얼음 밑의 물길
제20장 심씨의 겨울
제21장 죄인의 딸, 왕의 아내
제22장 폐비를 말하는 입들
제23장 사라진 웃음, 남겨진 품위
제24장 살아남은 사람의 예법
제25장 상왕의 그림자, 남편의 침묵
제26장 첫아이의 울음
제27장 잃은 사람들을 대신하여
제28장 불 속의 도성
제29장 대전의 문, 중궁의 뜻
제30장 어머니의 집으로 가는 길
제4부. 내명부의 수장
제31장 아이들은 자라고
제32장 용의 꿈, 유의 눈빛
제33장 내명부, 어머니
제34장 검소한 손
제35장 세자빈의 그림자
제36장 글자를 만드는 밤
제37장 부처의 이름, 나라의 법
제5부. 해가 기우는 궁
제38장 자식을 낳는 몸, 나라를 잇는 몸
제39장 태실의 돌과 마음
제40장 병든 아들의 방
제41장 늙어 가는 부부
제42장 왕의 등 뒤
제43장 상실이 겹치는 해
제44장 병이 드는 궁
제45장 기도와 침묵 사이
제46장 끝까지 곁에 선다는 것
제47장 세자와 왕
제6부. 비가 돌아오는 길
제48장 마지막 봄
제49장 아들들에게 남긴 말
제50장 마지막 당부들
제51장 남편의 후회
제52장 승하
제53장 빈전과 혼전
제54장 빈전의 향냄새
제55장 재궁 앞의 사람들
제56장 발인, 비가 길을 막다
제57장 비를 건너는 상여
제58장 영릉, 남은 이름
제59장 영릉의 바람
제60장 발인 뒤의 침전
제7부. 남겨진 것들
제61장 후세의 이름들
제62장 궁의 겨울, 다시
제63장 궁의 겨울, 끝나지 않는 장면
에필로그. 아영아
제64장 아버지가 불러 주던 이름
제65장 아버지께 드리는 마지막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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