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처럼 찾아온 비극은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법조인의 길을 꿈꾸며 치열한 수험생활을 이어가던 저자는 예상치 못한 외적인 변수로 인해 더 이상 책을 읽을 수 없는 절망의 시간 속으로 밀려난다. 끝까지 갈 수 있었다면 다른 삶이 펼쳐졌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 속에서, 그는 방황과 침묵의 세월을 견뎌야 했다.
그는 긴 방황의 시간 속에서 동서양 철학서를 수천 회독하며 삶을 버텨냈다. 살아남기 위해 붙잡은 철학은 때로 구원이 되었지만, 어떤 철학자는 오히려 깊은 분노와 절망을 안겨주었다. 그 중심에는 바로 쇼펜하우어가 있었다.
저자는 우연히 읽게 된 쇼펜하우어의 책에서 인간 존재에 대한 통찰보다 광기 어린 여성혐오와 냉소를 먼저 마주한다. 삶의 위안을 기대하며 펼친 책은 오히려 상처 입은 영혼에 비수를 꽂았고, 그는 끝내 책을 완독하지 못한 채 덮어버린다. 하지만 그 충격은 오래 남았다. 철학자로 추앙받는 거장의 사상에 대한 분노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선명해졌고, 저자는 마음속으로 수도 없이 다짐한다. “언젠가 반드시 이 사람에게 반박하는 장을 세우겠다.”
이 책은 단순한 철학 에세이나 독서 기록이 아니다. 한 인간이 절망 속에서 철학과 싸우며 자신의 언어를 만들어가는 치열한 사유의 기록이다. 특히 쇼펜하우어라는 거대한 사상가를 향한 저자의 문제 제기와 반론은, 기존 철학에 순응하지 않고 끝까지 질문하려는 강렬한 의지를 보여준다. 천상의 인물이 되어 더 이상 토론장에 설 수 없는 철학자에게, 저자는 글로써 끝장토론을 신청한다.
한 인간의 철학은 과연 그의 삶과 얼마나 분리될 수 있을까. 이 책은 서양 철학의 거장 쇼펜하우어를 단순한 사상가로 소비하지 않는다. 저자는 쇼펜하우어의 여성혐오와 인간관, 그리고 그의 삶의 태도를 집요하게 추적하며, 철학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모순과 오만을 정면으로 파헤친다. 특히 어머니와의 갈등과 결별, 그리고 부유한 환경 속에서 형성된 그의 세계관을 통해 “철학은 과연 인간을 더 나은 존재로 만드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흙수저 현실 속에서 생존의 고통을 온몸으로 견뎌낸 자신의 삶을 쇼펜하우어와 대비시킨다. 부모의 희생과 보살핌 속에서 성장했음에도 끝내 어머니를 혐오와 단절의 대상으로 바라본 철학자의 모습은, 저자에게 단순한 사상적 차원을 넘어 인간적 배신감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이 책은 철학 비평인 동시에,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한 절절한 회고록이기도 하다. 시골 마을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 하루에도 수차례 걸려오던 어머니의 전화, 그리고 끝내 성공한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아들의 회한이 문장 곳곳에 깊게 배어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지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냉혹함에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는 묻는다. 인간보다 미개하다고 여겨지는 동물들조차 서로 공존하며 살아가는데, 왜 위대한 철학자는 타인을 짓밟고 혐오하는 언어를 남겼는가. 철학이 삶을 위로하지 못하고 오히려 인간성마저 훼손한다면, 그것은 과연 철학인가 아니면 폭력인가. 이러한 문제의식은 독자로 하여금 기존 철학과 권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결국 이 작품은 단순히 쇼펜하우어를 비판하는 책이 아니다.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도 끝내 인간에 대한 애정과 가족의 기억을 붙들고 살아가려는 한 사람의 치열한 기록이다. 철학과 삶, 혐오와 사랑, 금수저와 흙수저의 간극 속에서 저자는 자신만의 언어로 인간다움의 의미를 되묻는다. 그리고 그 질문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남는다.
1 여성혐오주의자 쇼펜하우어
2 말잔치, 독버섯
3 건강 타령, 돈 타령
4 영혼의 힘, 내면의 힘
5 귀걸이, 코걸이
6 우울증, 속절없는 인생
7 갑질, 을질, 병질, 정질, 무질
8 행복과 불행
9 끝없는 돈 놓고 돈 먹기
10 인생 객관식, 인생 주관식
11 내가 하면 장밋빛, 남이 하면 칼부림
12 하소연 무용론, 넋두리 살풍경
13 참모습, 사회악
14 진정한 철학, 선입견 버리기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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