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라던 안중근 의사의 말은 오빠를 위해 존재했던 문장 같았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교과서 외의 책은 사치였다. 오빠는 수학 여행비를 아끼고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해 가며 한 권 한 권 귀한 ‘세계’를 사 모았다. 오빠가 펼쳐 든 책장 너머로 바람이 불어왔고 나는 그 바람을 따라 자연스레 문학의 숲으로 발을 들였다.
- 「책 그늘」 중에서
정인옥의 수필은 이러한 성찰과 상상의 깊은 결에서 비롯된다. 그의 삶에 드리운 그늘은 결코 가볍지 않았으나, 그것은 절망에 머물지 않는다. 오랜 인내와 사유를 거치며 삶을 다시 길어 올리는 힘으로 변모한다. 사진과 문학이라는 두 시선 속에서 그의 경험은 새롭게 빛나며, 그 결과로 태어난 문장은 인간을 향한 따뜻한 연민과 자득의 태도를 자연스럽게 품는다.
『책 그늘』은 그러한 시간의 퇴적이 빚어낸 내면 풍경이다. 이 책에는 고독과 그리움, 그리고 오래 견뎌 온 시간의 결이 잔잔히 스며 있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의 체험을 넘어선다. 작가의 언어는 과도한 설명 없이도 깊은 울림을 남기며, 독자로 하여금 자기 삶을 비추어 보게 하는 여백을 마련한다. 그 여백 속에서 우리는 타인의 이야기를 읽으며 어느새 자신의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
- 박양근(문학평론가, 부경대 명예교수)
여는 글: 고요한 속삭임이 문장이 되기까지
1부 책 그늘
하동 소녀의 긴 여정
빈자리가 준 유언
미소보다 깊은 진심
동백은 지고 있는데
책 그늘
잊혀간 옛 풍경
부재가 남긴 선물
인연의 끈, 다시 만난 천사
밤의 인화지
2부 내 마음의 솔베이지
한옥마을 신데렐라
종이 구두와 문구점
내 마음의 솔베이지
가을의 에필로그
나의 앤 공주를 찾아서
만년설 위의 신라면
영원불멸의 부질없음
베란다의 메두사
나를 살린 한 방울
시간의 요리
3부 날고 싶은 첫걸음
가장 슬픈 이별
날고 싶은 첫걸음
닿지 않는 안부
은하수의 소야곡
바람이 쓴 영혼의 시
비, 시간을 엮는 실
초승달의 문법
화야산의 아베마리아
1인분의 삶
걸으니 비워지네
4부 뷰파인더 너머의 세상
순간의 사냥
카메라로 드린 기도
넘어져도 셔터는 누른다
뷰파인더 너머의 세상
프레임 안의 고독
셔터 너머의 진실
렌즈에 담긴 1년의 고백
인생의 적정 노출
사해에서 인화한 평화
서평: 정인옥 수필이 표상하는 자애와 자득의 미학
- 박양근(문학평론가, 부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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