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해적인 무라카미 해적의 후예로 태어나
동화 구연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키우고자 한 구루시마 타케히코의 논픽션 전기
안데르센에서 ‘언령(言霊)’ 그리고 선생님이었던 동화구연가
오랜 시간 ‘이야기’들은 대부분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졌다. 이후 근대에 들어 안데르센 등의 창작동화가 만들어지면서 동화는 드디어 아이들의 꿈과 소망을 담은 하나의 ‘장르’로 안착하며 중요한 서사문학의 한 틀을 구성하게 된다. 다만 19세기와 20세기 초 여전히 높은 문맹의 시대를 넘어오며 ‘들려주는 동화’ 곧, ‘구연동화’가 본격 출발하게 되는데 그 중심에 있던 인물이 바로 구루시마 타케히코다.
그는 일본의 안테르센이라 불릴 만큼 생애 모든 시간을 일본 동화 발전에 쏟았던 인물로 1800년대 후반부터 1960년 향년 86세로 사망하기까지 일본의 아동문화 곳곳에서 수없이 많은 발자취를 남겼다.
이 책 《구루시마 타케히코 평전 ― 일본의 안데르센이라고 불린 한 남자의 이야기》는 그의 출생부터 전 생애를 담은 평전으로, 메이지(明治), 다이쇼(大正), 쇼와(昭和)로 천황이 세 번이나 바뀌는 60년 세월 동안 오이타현 구스마치(大分県玖珠町)의 한 소년이 어떻게 목축업의 꿈을 접고 아동문학가로 그리고 동화구연가로 성장해 가는지를 쫓고 있다. 특히 의미 있는 것은 처음 아동문학에 대한 꿈을 가졌던 19세부터 86세로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단 한 번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꿈을 확장해가는 타케히코의 모습을 역사적 격변기의 다양한 사건과 연계해 짚어가는 장면들이다.
실제로 타케히코는 스무 살이 되던 1894년 12월 당시 청일전쟁의 와중에서 요동반도에 상륙하는 것으로 첫 군대 생활을 시작해 이후 서른 살 1904년 러일전쟁 시기 우리나라의 인천에서도 군 생활을 이어가는데 그 사이에도 다양한 형식의 글들을 발표하며 자기의 중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렇게 총칼이 난무하는 전장에서도 아동과 문학을 고민했던 그는 이후 본격적인 동화구연 활동을 위해 32세가 되던 1906년 일본 최초의 소년소녀 사회교육기관 ‘동화구락부’를 설립하고 드디어 정기적으로 동화구연 활동을 시작한다. 이 시기에 그는 또 일본 최초 어린이 신문 《홈》을 창간하고 아동극 희곡 《개구리 피리(金尾文淵堂)》를 출간하는 등 일본 아동문학의 저변을 넓히는 데 다양한 노력을 더 한다.
이어 1907년엔 스승이며 친우인 또 한 명의 아동문학가 이와야 사자나미와 전국 순회 동화구연 활동을 열어가며 일본 내에 동화구연의 붐을 일으킨다. 이렇게 시작된 동화구연은 이후 수십 년간 구루시마 타케히코와 아이들의 꿈같은 만남의 순간들을 만들었으며 일본의 수많은 교육자, 정치인, 경제인들의 어린 시절 속에 ‘동화 같은 동화’의 순간들로 각인된다.
타케히코는 이외에도 향토 장난감을 수집하며 장난감 연구 모임인 쇼니카이(小児会)를 창립하기도 했고 1910년 5월 5일엔 도쿄에 ‘사와라비 유치원’을 개원하기도 한다. 특히 이 사와라비 유치원에서는 타케히코만의 독특한 교육관으로 많은 어린이들이 세련된 서구식 유아교육을 받았으며 매주 고정된 동화구연 시간 덕분에 세계의 다양한 동화를 접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타케히코의 업적은 이 외에도 셀 수없이 많아 일본 내에 보이스카우트를 소개한 것은 물론, 홀로 미국 여행에 나서 서양의 아동교육 시스템을 살피고 들여오기도 하는데 특히, 일본 최초 몬테소리 교구를 가지고 온 것 그리고, ‘이튼 영어학원’을 설립한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그 후 50세가 되던 1924년엔 보이스카우트 부단장으로 덴마크를 방문하면서 오히려 그 중요성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안데르센의 가치를 덴마크 전역에 알리는 활동을 하고 다음 해인 1925년엔 안데르센 사후 50주년을 기념하는 대대적 동화축제를 일본에 개최해 덴마크 국왕의 문화 훈장을 수여받기도 해 진실로 ‘일본의 안데르센’이라는 이름이 왜 그의 또 다른 이름이 되어야 하는지를 증명하기도 했다.
그저 몇 가지만 열거하기에도 숨이 찰 만큼 구루시마 타케히코의 아동문학과 아동교육 활동은 일본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대단한 업적이요 성과였다. 그러나 그를 소개하는 이 평전에서 진실로 눈을 뗄 수 없는 특별한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관동대지진이 일어났던 때 각지를 돌며 어린아이들에게 재해 상황을 동화로 구연해 주는 장면이다. 또 하나는 1945년 도쿄 대공습이 일어났던 시기 그리고, 히로시마 원폭 후 규슈의 8천 명이 넘는 아이들을 향해 동화구연 활동을 떠나려던 모습 등이다.
동화가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인지, 동화가 아이들의 세상에서 어떤 ‘세계’를 만들어 내는지 그리고, 동화가 아이들에게 어떤 위로의 순간을 만나게 하는지, 그 가장 절박했던 순간의 동화구연 활동들이 실로 눈물겨울 만큼 감동적이다. 당시 전쟁의 화마 속에서도 아이들에게 동화구연의 시간을 안겨주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며 움직이던 타케히코는 실로 4월의 눈처럼 선물 같은 시간을 만들어 준 진짜 안데르센이었다.
책에서는 특히 눈에 띄는 몇 구절이 있는데 일본의 언령(言霊) 히에다노 아레(稗田阿礼)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우리 일본은 고대부터 말을 중요하게 여긴 언령(言霊)의 나라로 말로 모든 것을 전달한 이야기꾼이 역사 속에도 등장하지 않는가.” - 고지키(古事記)를 구술한 히에다노 아레(稗田阿礼)
길고도 긴 역사서를 모두 입으로 구술한 히에다노 아레의 이야기는 고스란히 세상의 모든 동화를 입으로 구연한 구루시마 타케히코로 연결된다. 그리고 그 ‘언령’ 타케히코의 놀라운 아동교육관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말.
“유치원 교사가 하는 일은 한 인간의 인격의 기초를 키워나가는 일입니다. 이것은 하느님이 하시는 일만큼이나 고귀한 일입니다.”
‘일본의 안데르센’으로 아이들을 꿈의 세계로 안내했던 타케히코가 곧이어 말을 통한 ‘구연의 힘’을 보여주며 ‘말의 영’(霊)이 되었다가 이내 땅의 사람이 되어 들려주는 놀라운 아동교육 이야기. 그 모든 것들이 페이지마다 차곡차곡 쌓여있는 평전, 《구루시마 타케히코 평전 ― 일본의 안데르센이라고 불린 한 남자의 이야기》를 읽어보자.
서문
제1장 도노마치 1번지 저택의 도련님
제2장 가슴에 품은 신념 하나
제3장 오노에 신베의 탄생
제4장 동화구연회와 아동연극의 시작
제5장 아동문화의 씨앗을 뿌리자
제6장 세계 일주
제7장 사와라비 유치원
제8장 미국
제9장 만주, 대만, 그리고 조선으로
제10장 유럽으로
제11장 일본에도 보이스카우트를!
제12장 안데르센을 일본에!
제13장 토모가키
제14장 내가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 지르리라
제15장 그 발자국 위에 피어난 꽃
구루시마 타케히코 연표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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