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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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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가방과 칼국수

출간일
2020-10-16
저자
배종팔
분야
문학
판형
국판(148 X 210)
페이지
218
ISBN
979-11-6552-474-6
종이책 정가
12,000원
전자책 정가
8,400원
저자소개

배종팔

경남 김해에서 태어났다. 부산대학교 대학원을 마지막으로 경영학을 공부했다. 2007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에 수필 「거미」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토지문학제 대상, 개천문학상, 시흥문학상, 농어촌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영어 강사로 일하고 있다.

yb8174@naver.com

“오월의 들녘은 보리의 향연이다. 

노을에 덴 보리들이 벌겋게 익어 간다.”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상작가 배종팔의 수필집, 『명품 가방과 칼국수』


사랑을 이야기한다. 바쁘고 각박한 세상에서 잃어 가는 사랑을 작가 특유의 서정성 짙은 문체와 감성적 표현으로 이야기한다. 작가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아내라고 생각한다. 젊은 시절의 방황으로 혼자 고생한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을 애틋한 사랑으로 그려 낸다. 아내는 그의 삶의 축이며 그리움의 대상이며 살아가는 이유다. 

「현미와 찹쌀」에서 자라온 환경과 본성이 다른 부부가 어떻게 갈등하며 조화를 이루는지 이야기한다. 「걸레」와 「빨래를 하며」는 남편을 탓하지 않고 혼자 묵묵히 고단한 삶을 갈무리하는 어떤 젊은 여자의 이야기다. 「딸아이 짐을 싸며」에서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도 언젠가는 품을 떠나는 섭리 앞에 의연하려고 애쓰는 아빠의 모습을 그렸다. 「명품 가방과 칼국수」에서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과분하지만 부모에 대한 자식의 사랑은 소홀한 세태를 아쉬워하며 작가 자신도 어쩔 수 없음을 가슴 아파한다. 이 외에도, 소외된 이웃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인간의 동물에 대한 지배의 슬픔을,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때로는 시처럼 읽는 이의 가슴을 파고들고 때로는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어떻게 사는 게 가치 있는 삶인지, 세상이 변하고 각박해도 잃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독자와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한다.

걸레를 빨 땐 나도 모르게 숙연해진다. 걸레에서 소중한 땀내가 난다. 방과 거실에 밴 나름의 일상과 체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삐뚤어진 양말이 해지도록 분주히 걷는 아내가 거품 위로 아슴아슴 떠오른다. 귀 익은 발자국 소리가 또르르 거품 아래로 미끄럼질 친다. 딸아이의 번민과 고뇌의 말들이 거품 막 속에 갇혀 내 눈을 애타게 바라본다. 손끝으로 톡 건드리자 아이가 생그레 웃으며 솟아오르다 거품 저편으로 미끄러진다. 우리 삶도 거품처럼 때론 마술을 부리기에 힘든 시기를 견디며 살아 내는가 보다. 

- 「걸레」 중에서


오늘 아침 딸아이가 서울로 떠났다. 가슴에 빈 동굴 하나가 생긴 것처럼 허전하고 울적했다. 내가 고향집에 머물다 떠날 때 어머니 마음도 이러지 않았을까. 자식이 탄 차 뒤꽁무니를 한참 바라보다 빈 마당에 홀로 들어설 때의 마음이 이러지 않았을까. 그런데도 딸아이가 무사히 도착했는지 자꾸 마음이 쓰인다. 낳아 주고 피땀 흘려 길러 준 어머니께 칼국수조차 아직 못 사 드렸는데, 내 마음은 자꾸 딸아이 쪽으로 흐른다. 하지만 딸아이는 명품 가방 뽐내느라 정신이 팔렸는지 밤늦도록 전화 한 통 없다. 

부모에게 자식은 때 묻을까 흠집 날까 애지중지하는 명품 가방과 같고, 자식에게 부모는 내키지 않아도 먹어야 하는 칼국수 같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 「명품 가방과 칼국수」 중에서


압력추가 갸웃갸웃 원을 그리며 어린 김을 내뿜는다. 손등에 찰랑거 릴 만큼의 쌀알이 어느덧 열을 받아 서로에게 기대며 몸집을 부풀린다. 기댄다는 건 사랑과 신뢰로 삶을 엮어 가자는 제스처이다. 쌀이 익으면 물감이 들듯 현미의 물기가 찹쌀에 스미어 묽어지고 희디흰 찹쌀의 속 살이 현미를 만나 거뭇해진다. 자신의 일부를 내주고 남의 일부를 받아들이려는 몸짓이리라. 자라는 환경과 유전자의 형질이 다른 두 쌀이 밥솥에서 만나 모양과 색깔이 바뀌듯, 부부의 삶도 서로에게 익숙해지기 위해 겪는 질긴 열병의 과정이 아닐까. 

- 「현미와 찹쌀」 중에서


아내는 가끔 분수에 넘치는 이사를 꿈꾸었다. 굳이 청소를 하지 않아도 반들반들한 거실. 그 한쪽 붙박이 찬장엔 형형색색의 유리잔과 고급 그릇들이 즐비한 새집. 형편이 허락하여 비취색의 우아한 청자나 담백한 빛깔의 백자를 곁들인다면 금상첨화일 것 같은 찬장, 그녀만의 세계. 그런 찬장과 그릇을 갖고 싶어 했다. 흔들의자에 기대 잔디 깔린 정원을 내려다보며 포인트세티아 빛의 찻잔을 두 손에 감싸 쥐면 중세 황실의 귀부인이 부럽지 않을 것 같았고, 이태리제 셀레늄 그릇에 고슬고슬한 밥을 담으면 한 숟갈 뜨기도 전에 입 안에 침이 괼 것 같았다. 차와 커피도 담는 그릇에 따라 향과 맛이 달라질 것이라 여겼다. 아내는 어쩌면 우아하고 화려한 삶을 살고 싶은 욕망을 이사를 꿈꾸며 내비쳤는지도 모른다.

- 「질그릇」 중에서


내가 결혼하여 집을 떠나올 때 어머니 마음은 어떠했을까. 어머니의 짐 싸는 방식은 여느 어머니의 그것과 달랐다. 삼십여 년을 정붙이고 뒷바라지한 자식이 당신의 품을 떠나려 하는데도 짐 하나 곰살맞게 꾸리지 않았다. 유난히 자식의 분가를 서둘렀다. 이삿짐을 나르는 동안 용달차 근처에 얼씬도 않았다. 자식은 어머니 곁을 떠나기가 쉬 내키지 않은데 어머니는 어찌 그리 담담한지…. 달은 이울어야 다시 차고 샘물은 빠져야 새 물이 고이듯, 모자간의 정도 빨리 비워야 도탑게 되는 줄 생각했을까. 

- 「딸아이 집을 싸며」 중에서


1 걸레

걸레

때밀이

명품 가방과 칼국수

장례식장의 구두

현미와 찹쌀

질그릇

밥상

딸아이의 짐을 싸며

안전벨트

전학생


2 사랑한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

노을에 덴 보리

분홍 코스모스

빨래를 하며

꽃향기와 향수

사랑한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

집착

동행

어항

겨울 냄새

그 여자의 집

어떤 후임병


3 소녀

어떤 표정

텃밭

그 남자

된장국

너를 생각한다

소녀

시계 도둑

아버지의 자리

호기심

음식 끝에 정 나지요

섬진강의 매화 향과 은모래


4 마음을 찍는 사진기

거미

학교 급식빵

신호등

잉어가 있었다

풍뎅이

마음을 찍는 사진기

노란 메모지

사람

우리가 만난 기적

버스 안에서

피렌체와 레베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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