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여배우의 사색본능》은 대한민국 여배우로서, 2001년 연극 공연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각색, 연출, 그리고 연극 제작까지 그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는 리다해 배우의 첫 시집이다. 여배우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반복되는 일상에서의 사색을 통해 삶을 의미를 찾고 성찰하는 과정을 시로 노래하고 고백하였다.
배우는 특별한 직업이다. 조명이 비추는 무대 위에서 수없이 연습한 대사로 맡은 인물을 소화해 내는 배우라는 일은 사실 직업이라기보다 재능이자 열정이며, 소명이다. 특히 배우는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서 인물, 즉 사람에 대해 집중해야 하고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가 어떤 현상이나 사건에 대하여 어떤 반응을 하게 되는지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관객이 그 캐릭터의 말과 행동을 공감하고 함께 울고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집은 배우라는 숙명을 받아들인 배우 리다해의 몸부림이자 춤이라고 평할 수 있다. 그녀는 이 시집을 통해 독자들의 내적 삶이 풍요로워지고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깊은 인상을 남기고 싶어 시를 썼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명확한 목적성은 스타니슬랍스키의 연기(예술)의 목적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같은 인물, 같은 소재를 표현해 내더라도 배우(시인)는 자신의 인간적 자질을 그 인물, 그 소재에 맞추어야 하며, 그 속에 모든 영혼을 쏟아부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시인)마다 그(그녀)만의 표현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연기와 시는 예술적 표현의 측면에서 다르지 않다.
따라서 좋은 배우는 인간적으로 훌륭한 자질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배우 리다해는 배우로서의 한길만 쉬지 않고 달려온 사람은 아니다. 결혼과 두 번의 출산, 그리고 자녀 양육의 과정을 통해 이 시대 여성의 삶을 그대로 밟아 가고 있다. 여배우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며 그런 길을 순탄하게 걸어가기란 결코 쉽지 않다. 배우라는 타고난 재능은 그녀를 항상 무대 위로 올라가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도록 끊임없이 유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배우로서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끊임없는 성찰이요 내적 갈등이요, 그 가운데서 이뤄지는 인격적 성숙을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이 과정에서 피어나는 사색의 꽃, 그 결과물이 시집 《여배우의 사색본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녀의 배우로서의 재능과 좋은 배우로서의 성찰과 성숙의 과정들이 다양한 소재들을 만나 시로써 어떻게 표현되는지, 과연 독자(관객)들에게 어떤 삶의 풍요로움과 깊은 인상을 주는지 한번 같이 사색해 보자.
서문
1 일상에서 얻은 기적
이 하루
손 편지
만족
녹화(綠化)
사과 하나
작은 수첩
주말의 명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_제2번 c단조 18번 2악장
책 또는 희열
친구
커피
십 대의 탐닉
2 내면의 소리는 울려 퍼지고
쉬운 일
아가야
이별이라고
영광이라는 것
사울
분노라는 것
자기애(愛)
향기
이십 대에게 보내는 헌시(獻詩)
피아노에 앉으면
함정
꽃과 아이와 브라운관
3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엄마 젖
19세기 우리 아빠
Boy
볶음면
교감
세대 차이
아이들
여보라 부른다
연습
부엌에서
두통에 대한 단상
한 사람
질투
10월의 루틴
엄마와 딸
4 삶의 또 다른 발견
아름다운 것들
위안
창조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여기에 있다
꿈을 살아가는 그대는
사색
연인들의 데이트
지하철에서
길가에 서서 노래 부르다
잉태
눈을 뜨면 생명이 시작되다
이제 보자기를 펼 시간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