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길을 걷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끊임없이 인생길을 걷는다. 걸으면서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시로 쓰고 한 권의 시집으로 엮어 세상에 내놓는다.
장마는 지루했으므로 삶도 자연 헐거워져
속 모르는 친구들은 나만 탓하고
비에 젖어, 그리움에 싸여
짜증이 절로 묻어나던 여름
어렵게 건넨 상사화 한 분
암향에 취해 간신히 열린 마음에
난생처음 경험하게 된, 아
첫사랑 그 여름 길!
- <여름 길>에서
그나마 그리던 그대 모습
아우성처럼 잡으려다 타인인 듯 휙휙 지나치고
달리는 차 안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맞으면
길은 언제나 길 속으로 빠져든다
운전대에 내 따라지를 걸어 보지만
그 길은 중년 부부의 사랑처럼 익숙한 길
샛길로 빠져도 큰 탈이야 없겠지만
나는 언제쯤 초행길의 설렘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깨단하기 전 도착해 버린 목적지
아옹다옹 삭막해 가는 일과의 시작이지만
세상은 꽃이 피든 지든 늘 푸르다
- <길은 언제나 길 속으로 빠져든다>에서
갈수록 좁혀 드는 길
뒷전으로 물러설 때가 되었건만 미련 때문에
눈총이 없는 틈을 타 슬그머니
벚나무 밑으로 들어서 본다
어깨 위로 하늘하늘 내려앉는 꽃잎을
정감 어린 소녀인 양 누리고 싶어
쉬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서성이는데
불현듯 스치는 생각
내 남은 생도 벚꽃이고 싶다
무안함이 앞을 가리고 몸이 말을 안 들어도
짧은 기간 하얗게 불사르다 확 지고 마는
그런 인생길이고 싶다
- <내 남은 생도 벚꽃이고 싶다>에서
작가의 말
제1부 봄 길
봄 길
쉬어 가시오
아직 시린 눈꽃 세상이다
미선나무꽃처럼
어둠에 빠지다
새싹
내 남은 생도 벚꽃이고 싶다
패러글라이딩
그 나무
봄밤의 고요
그렇게 살아갈밖에
텃밭 가꾸기
짧은 봄 길
단체 관광여행
길은 언제나 길 속으로 빠져든다
제2부 여름 길
여름 길
비에 대한 명상
바람의 언덕 들꽃
나무와 여우비
참 좋은 일이 있을 듯하다
회룡포에서
그림 앞에 서서 - 박종문 화백에게
풍경으로 살려 낸 고향 - 박종문 화백에게
넋두리
담쟁이덩굴의 변명
내장산 탁족
내장산 산딸기
회룡포 전망대 오르는 길
비 내리는 회룡포
회룡포 전망대에서
제3부 가을 길
가을 길
건강하세요
오늘 하루도 그만하기를 빈다
가을 풍경도 답답할 때가 있다
새집 줄게 헌 집 돌려주오
산골 폐교에서
어느 광장의 가을밤 풍경
냉수 먹고 속 차려
고구마 이삭
선산에서
조용히 살기
그 불
지우고 바꿔
밤에 대한 추억
제4부 겨울 길
겨울 길
초겨울 문턱에서 85
겨울 아침 풍경 86
눈을 기다리며 87
첫눈 88
첫눈의 추억
눈 내린 황학산을 걷다
볼우물 깊은 가벼운 미소
어석리 미륵 석불입상
라면을 끓이며
석남사 마애석불을 찾아서
검붉은 산수유 열매 하나
오래된 습관
겨울 길은 길고 춥고
만남과 이별에 대하여
제5부 인생길
인생길
밤, 망양 해변에서
습관적으로
아픈 이
빛과 그림자의 법칙
퇴근길
재충전
이사
함박꽃 당신
밤은 고요하지 않다
친구 종성에게
그 빵을 먹고 싶다
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