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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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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턴이 필요할 때 직진하는 그녀

출간일
2025-01-05
저자
강순덕
분야
문학
판형
기타
페이지
302
ISBN
979-11-85135-41-0
종이책 정가
15,000원
전자책 정가
저자소개

강순덕

윤슬 강순덕
시인, 수필가, 소설가, 계간 『문학의봄』 편집주간

2013년 계간 『문학의봄』 신인상 등단
2014년 시집 『노을에 반추하다』 출간
2015년 문학의봄작가회 작품상 대상(시 「바다의 편지」)
2016년 시집 『바람을 밀고 가는 새』 출간
2016년 추보문학상 작품상(시 「마음 풍경」)
2018년 시집 『그리움의 무게』 출간
2018년 동서문학상 맥심상(단편소설 「사라진 별의 꿈꾸는 별」)
2019년 수필집 『민들레가 순례를 떠나는 시간』 출간
2020년 시집 『별똥별 내리는 새벽길에서』 출간
2020년 해양문학상 장려상(단편소설 「물마중」)
2021년 독도문예대전 특선(시 「강치 아리랑」)
2022년 소설동인회 소설작당 선집 『고양이가+ 쥐를+ 먹는다』 출간

내게 남은 사랑은

 

세상은 온통 이야기 꽃밭입니다.

밝고 환한 정원, 누군가의 보살핌 속에서 사랑이 넘쳐 나는 꽃밭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춥고 어두운 골목 끝에도 가파른 언덕길에도 빗방울 하나 스며들 틈조차 없는 바위산에도 꽃밭은 있습니다. 비바람 속에 눈보라를 맞으며 뿌리를 내리고, 물 한 모금, 빛 한 줌 없이 꽃잎을 피워야 한다면 뿌리 내린 그 꽃밭을 탓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러나 꽃들은 자신이 선 땅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피울 수 있는 만큼으로 그저 피었다가 집니다.

 

오늘도 어느 시멘트 보도블록을 비집고 작은 풀꽃이 피고, 내일은 지고 마는 꽃입니다.

인간의 꽃밭도 이와 같습니다. 누군가는 화려하게 피어나 향기롭게 살다 가고. 누군가는 보잘것없는 모습으로 돌아봐 주는 사람도 없이 사라집니다.

사람은 살아온 대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걸까요? 하얀 벚꽃이 흐드러진 봄 길, 붉은 장미가 향기로운 여름 들판, 한들한들 바람결에 나풀대는 코스모스 핀 가을 언덕은 나의 꽃밭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한데 모이고 박수받는 자리는 나를 외면했습니다.

 

어린 날부터 화려한 꽃길보다도 차가운 겨울의 눈보라를 유독 사랑했습니다. 벌거벗은 나뭇가지에 피어나는 새하얀 상고대를 황홀하게 바라봤습니다. 홀로 선 나무에 기대서서 빈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하늘을 차고 오르는 새들의 날갯짓에 눈물이 흘렀습니다. 꽁꽁 언 연못 위를 달리고 차가운 눈밭에 눈사람을 세웠습니다. 그 겨울의 끝에 꽃이 피는 순간이 온다는 걸 알았습니다.

 

누군가는 알 수 있는, 또 누군가는 알고 싶지 않은 여덟 편의 작은 이야기를 세상에 펼치고자 합니다. 차가운 얼음꽃을 좋아했던 어린 소녀에서 숙녀로, 그리고 아내와 엄마로 살아온 이야기들이 숨어 있습니다. 시인이 되기까지 쉰의 세월은 녹록지 않았고, 굴곡진 삶은 나를 삐뚤어진 어른으로 살게 했습니다. 시인이 되고 보낸 십 년의 세월은 내면에 갇힌 어린 와 어둡고 쓸쓸하고 슬픈 를 마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길고 긴 동면에 잠든 나의 이야기를 봄의 꽃밭으로 끄집어냈습니다.

 

새는 바람을 등지고 날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힘을 빌려 하늘을 날지 않습니다. 바람을 마주하며 바람을 밀고 날아오릅니다. 시인으로서의 자리매김을 하는 시간 안에서 더 넓은 세상을 동경하게 되었고, 더 높은 하늘, 구름처럼 몽글몽글 퍼지는 수없이 뻗어 나갈 꿈을 향해 비상飛翔의 날개를 펼치고 싶었습니다.

 

여덟 편의 이야기를 마주한 후에야 비로소 나를 알고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내게 남은 사랑은 이제껏 누려 온 무엇도 아닌 새로운 길 위의 걸음이고자 합니다.

 

202412

윤슬 강순덕

 

- 작가의 말전문

강순덕 작가의 첫 소설집 유턴이 필요할 때 직진하는 그녀

 

가볍지 않은 주제,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료

작품집에 실린 8편의 작품, 무엇보다도 완성도가 매우 높아

 

작가는 작품으로 말을 한다. 직접적인 주장이 아닌 서사와 묘사 안에 웅변을 담고 설득의 논리도 담는다. 호소도 늘어놓고 애원도 서슴지 않는다. 문학작품은 감정이입이라는 특별한 소통을 통해서 독자들과 감동과 교훈을 나누는 예술이다.

 

강순덕 작가의 첫 소설집 유턴이 필요할 때 직진하는 그녀는 문학성을 입증하기에 충분한 수준 높은 소설집이다. 작품들은 가볍지 않은 주제들을 담고 있지만,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그가 품고 있는 직간접적인 경험과 사색의 결과물을 잘 갈무리하여 작품으로 만들고, 철두철미한 퇴고 과정을 거쳐서 세상에 내놓는 훈련이 잘돼 있는 작가라는 인상이 강하다.

 

강 작가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충실히 준비된 작가다. 시집을 다섯 권이나 내고 있고, 수필집도 출간했다. 잠시도 쉬지 않고 일을 하는 꿀벌처럼, 오랜 세월 성실하게 읽고 경험하고 생각하고 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첫 소설집 유턴이 필요할 때 직진하는 그녀에는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는 알찬 작품들이 실려 있다고 확신한다. 작품집에 실린 8편의 작품은 무엇보다도 완성도가 매우 높다. 그만큼 많이 버리고 보태고 고친 결과물일 것이다. 강순덕 작가의 소설들에는 살아온 날들 겪었던 일과 깨달음, 사상, 그리고 깊은 인생철학이 진득하게 녹아 있다.

 

포기하지 않는 일념으로 성실하게 공부하고 사색하고 집중해 온 그동안의 자세로 볼 때 앞으로의 활약과 성취를 얼마든지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단 한시도 허투루 살지 않고 배우고 깨우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 온 작가의 충일한 노력이 여지없이 담겨 있는 작품집이다. 하나같이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작품들을 통해 독자들 모두가 강순덕 작가가 살뜰히 가꾸어 피워 내는 문향(文香)에 흠뻑 취해 만족하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책 속으로

 

은별이 너 잘 만났다. 그래. 네 엄마란 년은 어디에 있는 거냐. 넌 알고 있지?”

아빠의 물음을 무시하고 서둘러 방으로 들어가려는 나의 팔을 붙잡았다. 여지없이 주먹이 날아왔다.

왜 때려? 아빤, 주먹이 입이야?”

아이고. 정말 너 잘났다. 중학교라도 보내 주었더니 고마운 줄도 모르고, 학교에서 배운 게 고작 아빠한테 대드는 거냐?”

그럼. 아빤 뭘 잘했는데? 왜 사사건건 주먹이 먼저냐고?”

그래. 난 주먹이 입이다. 요년이 아주 매를 달라고 비는구나. 저 두 눈 부릅뜨는 것 좀 봐.”

나는 땅바닥에 자빠진 채 눈은 똑바로 아빠를 바라보며 소리를 질렀다. 아빠는 화풀이 상대를 찾은 것처럼 쓰러진 내 몸 위로 발길질을 해 대고는 밖으로 나가 버렸다. 나는 아픔도 잊고 안방으로 뛰어들었다. 장롱과 화장대에서 쏟아져 나온 물건들이 모두 어지럽혀진 방에 있어야 할 엄마는 없었다. 진정되지 않는 마음을 가다듬고 은비 방으로 갔다. 은비가 수정일 안고 죽은 듯 엎드려 있다가, 울음을 터뜨리며 내게 안겼다.

- 사라진 별의 꿈꾸는 별중에서

 

아빠! 저 왔어요!”

, 그래. 왔니.”

최영표는 혜경을 따라 들어오는 여인을 보고 깜짝 놀라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작가님! 저도 왔습니다.”

혜경과 함께 온 사람은 바로 윤서진이었다.

아니? 윤 선생님이 어떻게?”

최영표는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도대체 어찌 된 일인지를 묻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혜경이 눈치를 채고 재빠르게 나섰다.

아빠! 손님이 오셨는데 일단 들어오시라고 해야죠. 선생님! 이쪽으로 오세요.”

윤서진이 최영표에게 붉은 장미꽃 다발을 내밀며 말했다.

불청객이 그냥 올 수 없어서 꽃을 샀어요. 작가님껜 장미가 잘 어울릴 거 같아서.”

그녀의 얼굴에 담긴 웃음이 어색한 분위기와 상관없이 또다시 최영표의 가슴에 달콤한 바람을 일으켰다. 그가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혜경이 윤서진의 손을 잡고 소파에 앉혔다. 그리고는 그를 향해 눈을 흘겼다.

아빤 참 나빠요. 이렇게 멋진 분을 만났으면 제일 먼저 하나뿐인 딸에게 소개해 주어야 하는 것 아녜요? 이거 완전히 거꾸로 됐잖아요.”

최영표는 생각지도 못한 장면이 벌어진 상황을 어이없어하며 엉거주춤 윤서진의 맞은편에 앉았다. 한바탕 까르르 웃던 혜경이 다과를 준비하겠다면서 주방으로 갔다. 윤서진이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벙글거리며 차근차근 말했다.

놀라셨죠? 어쨌든 죄송해요. 실은 최 작가님을 만나고 나서 따님을 따로 만났어요. 물론 도경훈 씨 부부가 소개해 주었죠. 혜경 씨로부터 최 작가님 생각은 들었어요. 이 정도 결례는 용서해 줄 수 있으시죠?”

대답을 기어이 듣겠다는 듯이 윤서진이 최영표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해서 최영표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 겨울 탱고중에서

 

덜컹거리는 문소리에 아기가 깨어 울었다. 아기의 몸은 며칠째 뜨거웠다. 부풀어 오른 입술은 젖도 물지 않았다. 분이는 보리를 끓여 차가운 물을 아기의 작은 입에 흘려 넣었다. 아기는 온몸을 부르르 떨며 울 뿐 물을 넘기지 못했다. 찬 수건으로 아기의 온몸을 닦으며 열을 식히려고 애를 썼다. 잠시 내렸던 열은 다시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할 뿐 차도가 없었다.

영철은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며 밤새 집을 들락거렸다. 문이 덜컥거릴 때마다 분이는 아기의 가슴에 손을 가만히 얹고 토닥였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지붕을 벗겨 낼 것처럼 사나웠다. 통째로 집을 날려 버릴 듯 흔들었다. 밀감나무에 달린 밀감들이 떨어지는 소리에 심장이 멎고,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에 온몸이 부서졌다. 영철은 지친 몸으로 새벽에 들어와, 깨가 다 떨어지겠다고 혼잣말을 하며 잠들었다. 분이는 열에 들뜬 아기와 쓰러져 잠든 영철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눈물이 났다. 모든 게 자신의 허물 같았다. 하필이면 복 없는 여자를 만난 영철에게 미안했고, 어쩌다가 복 없는 어멍을 둔 딸아이가 불쌍했다. 잠시 왔던 행복은 꿈이었고, 내 것이 아니었다. 지금의 이 모든 상황은 자신이 불러온 재앙이라고 여겼다. 내 행복을 바라고 시집을 온 게 잘못이란 걸 깨달았다. 답답하고 원통한 마음을 견딜 수 없어 밖으로 뛰쳐나왔다. 밀감밭을 지나 바닷가에 있는 깨밭으로 갔다. 비바람에 깻대가 쓰러져 서로 엉키고, 고랑에는 깨들이 쏟아져 있었다. 정신없이 깻대를 세우고 치마폭에 깨를 쓸어 담았다. 휘몰아치는 비바람 속에 몸을 맡기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보니 어느새 바람이 자고 있었다. 멀리 시흥리 어멍의 무덤을 가늠하며 어멍을 불렀다. 더 멀리 이어도에서 아방이 분이를 부르고 있는 듯했다. 아방을 원망하며 바다를 향해 뛰어갔다. 모래밭에 엎드려 밀려오는 파도 앞에서 울부짖었다.

아방. 분이를 데려갑서. 우리 불쌍한 아기를 제발 살려 줍서.”

하얀 파도 너머에서 아방이 손짓하는 걸 보았다. 아방을 향하여 분이는 나를 데려가라고 절규하며 바다로 뛰어들었다. 파도가 분이를 집어삼킬 듯 달려들었다. 파도에 실려 바닷속으로 사라지고 싶었다. 이어도로 가자. 아방에게 가자. 멀리서 손을 흔들며 부르는 아방을 보며 쓰러졌다. 어느새 영철이 달려와 바다로 뛰어드는 분이를 껴안았다. 영철은 분이를 안고 온몸으로 소리쳤다.

바당이 다 뒤엎어졌는데 죽으려고 가냐게. 날 두고 분이만 가면 나는 어떵 사느냐? 정신 차려라. 분이야.”

분이는 죽으쿠다. 제발 날 죽게 놔둡서.”

분이는 아방이 부르는 바다를 향하여 온몸을 던지며 울부짖었다.

영철이 분이를 업고 집으로 돌아왔을 땐 이미 아기가 숨을 거둔 후였다. 그렇게 뜨겁던 아기의 몸이 싸늘히 식어 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 물마중중에서

 

그래. 까짓거. 날밤을 까든 군밤을 까든 갈 데까지 까 보자. 이 마당에 우리가 못 깔 게 뭐 있냐. 대신 오늘은 호프를 마실 거야. 호프를 마셔야 희망이 생겨. 절망 속에 피어나는 호프여, 나의 호프여.”

언니. 비서실장도 구속되고, 한 원장도 나자빠졌는데 딴맘 먹는 거 아니죠?”

딴마음을 내가 왜 먹냐? 난 오로지 일편단심만 먹는다.”

그러니까 일편단심이 뭐냐고요?”

뭐긴. 마이웨이지. 책임질 건 책임지고. 떠나야지. 어차피 내가 한 짓이라고 세상이 다 아는데. 나 혼자 아닌 것처럼 도리질하고 있을 순 없잖아.”

아니. 아닌 말로 언니가 언니 욕심 차리려고 그런 거 아니잖아요. 구민을 위해서, 애들 생각해서 한 거잖아요. 온 세상이 다 알아도 언니 손가락질할 사람은 하나도 없어요.”

내부고발이란 거, 어디 가나 붙어 있을 딱지야. 나 원래부터 이 조직하고는 맞지 않아. 조직이 나를 내치는 게 아니야. 내가 조직을 걷어차는 거지.”

속이 타는지 그녀는 호프를 연신 마셔 댔다. 결국 언니는 이렇게 떠나고 마는 걸까, 하는 마음에 정수경은 곁에 앉아서 사뭇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어슴푸레 밝아오는 여명을 느끼며 최성자가 눈을 떴다. 정수경 팀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언니, 속 괜찮아요? 역시 언닌 고기에 소주를 마셔야지. 빈속에 호프만 채워 넣으니까 1차에서 까무러치잖아요. 택시로 모셔오느라 죽는 줄 알았어요. 집에 오니 술은 다 깨고. , 그리고 이게 사람 사는 집이에요? 도대체 뭘 먹고 사는 거예요? 냉장고에는 소주랑 물밖에 없으니. 속이 곯아서 픽픽 쓰러지는 거 아니냐고요.”

, 시끄러. 넌 집 놔두고 왜 남의 집에 와서 자고 그래?”

아니. 기껏 살려 놨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네. 어여 일어나서 속이나 풀어요. 편의점에서 컵라면 사 왔어요.”

우와. 그래. 역시 우리 수경이가 최고다 최고.”

그녀는 엄지를 치켜들며 식탁에 앉았다.

- 유턴이 필요할 때 직진하는 그녀중에서

 

작가의 말: 내게 남은 사랑은

 

사라진 별의 꿈꾸는 별

겨울 탱고

물마중

무서운 시간

새의 지문指紋

흰 바람벽

유턴이 필요할 때 직진하는 그녀

작약도

 

작품 해설: 다양한 경험과 깨달음, 사상, 깊은 인생철학이 진득하게 녹아 있는 문학성 높은 작품집 - 안휘(소설가·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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