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거기 있었구나』는 김상의 두 번째 사진시집이다. 사물과 풍경들을 담은 감성적인 사진에 짧은 시를 보태서 책을 엮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아침과 저녁, 그리고 꽃과 나무와 숲,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번지는 감성과 생각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모름지기 문학이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시에 마음이 갔다. 시의 소재들은 일상에 천착하는 듯하지만, 시인의 삶의 철학이 깊이 배어 있다. 거기에 멜런콜리 한 우울감도 엿보인다. 어느 정도의 멜런콜리는 독자를 시의 정서에 깊이 빠지게 한다. 다만, 거기에서 헤어 나오려고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 시가 주는 느낌을 사진으로 함께 배치한 것이 마음을 평온하게 하고 기분 좋은 생각으로 시를 바라보게 해 준다.
어쩌면 시가 주는 생각보다 사진이 보여 주는 느낌이 깊어서 사진만으로도 좋은 시집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사진의 느낌을 시로 표현한 것이라면 언어의 한계로 사진이 주는 감성을 다 표현하기가 어려웠던 것이 아닐까? 물론 반대의 경우, 시를 사진으로 표현하고자 한다면 그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어쨌든 이 책에서 시와 사진은 독립적이면서도 서로를 보완하고 있다. 현대 자유시들은 일반 독자가 읽어 내기에 너무 난해하고 함축적이다. 그러기에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에 나오는 시는 독자가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한다. 책에 실린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진다. 가을 끝자락에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1부 틈과 사이
평행
동백
에스프레소 꼼빠냐
꽃을 사는 여자
꽃꽃하게
다시 사랑
부재중 전화
틈과 사이
그날
꽃 피우기
상사화
벚꽃 사랑Ⅰ
벚꽃 사랑Ⅱ
백야Ⅰ
백야Ⅱ
하행선
예감
거기 그렇게
환승
비 오는 날의 습지
우포
하중도
하늘 코스모스
회색주의자
민들레 영토
너에게 가는 길
2부 오래된 풍경
오래된 풍경
섬 사이
서해
여행
어쩌다가
변사체
뒤
누운 오후
항온동물
화식조
스위트 아메리카노
무정란의 꿈
나뭇잎 지도
생기
손님
몸의 기억
오래된 서랍
마스크
도미노
플랫폼
기다리기
주파수
반쪽
무섬마을
무릎 꿇기
적설
3부 웅덩이에 피는 꽃
나무의 꿈
웅덩이에 피는 꽃
늘봄가든
출근길
비상구에서 쉬다
그해 여름
어디쯤
카톡 왔쇼
해 바라기
나무 피리
많은 나에게
아침 강가에서
윤슬
외로우냐
습지의 기억
비상
출장 가는 길
그라피티
혜존
초승달
건축학개론
하루
가까이 있어도
저녁 습지
여름의 끝
개미지옥
4부 응시
밥의 기원
바람꽃
우유니 사막에서
응시
우선 멈춤
오늘은
잠
울음을 참는 방법
고해
남자와 고니
쓰다가 만 문장
나무젓가락
시월의 오후 다섯 시
낯설다
오십견
중독
처음
퇴근길
이명
간이역의 화가
벽들은 눈물의 색깔
나이테
권태를 읽다
그
백일해
아직 거기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