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을 만나러 가기 위해 열심히 살아질까 모르겠지만 약속이란 희망의 다른 이름이다. 세파에 시들어 가도 내일의 약속은 기다림을 준다.
모과를 닮을 수만 있다면 좋겠다. 모과처럼 익어 가고 싶다. 늙음으로 얼굴에 주름살이 가득 차도 향기를 발하고 싶다. 냄새도 없이 단단해질 수 있다면, 향기만을 간직한 채로 생을 마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세상의 모든 것과 결별하고 더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천년이 지나도 그대로인 화석이 되길 소망한다.
〈모과를 닮고 싶다〉에서
얼마나 더 비워 내야 오래된 기억을 퍼 올리지 않아도 살아질까. 텅 빈 우물처럼 나를 말려 온전히 인정하면 받아들여질까. 어쩌면 퍼낼 물이 남았다는 것이겠지. 아직은 멀었다. 순백의 눈발을 받아들일 수 있는 진정한 나목이 되기까지는 먼 길이다.
- 〈나목(裸木)〉에서
너를 생각하는 늦은 밤, 미안한 사람이 너만이 아님을 알겠다. 돌아보면 이유를 묻지도 않고, 진실을 알게 되는 것이 두려워 회피했던 날들이 더 많았다. 대충 넘어가고 말았던 모든 날이 잘못되었음을 이제는 알겠다.
〈이제라도 미안해〉에서
프롤로그
Part 1.
옹이
생명 사유
발톱 사유
복사꽃, 피멍
기억의 부재
하염없는 기다림
술보다 독한 인생
Part 2.
슬도(瑟島), 묵상
삶은 여행이다
그리운 섬
내 이름은 독도다
도망가자, 괜찮을 거야
또 봄이 오려나 봐
무등, 완성 길
물염(勿染), 세상에 물들지 마라
펭귄 만나러 가자
Part 3.
연두의 시간
잘 이별하는 법
행운에 대한 로망
시간의 깊이
싸리나무 상념
모과를 닮고 싶다
나목(裸木)
왔던 길 기억하니?
물동이의 무게
도서관, 조우
Part 4.
우아한 거짓말
할 줄 몰라서였네
재미의 발견
일장춘몽, 참회
어른의 길이 멀다
〈대행사〉를 보며
다시 되돌릴 수 없으니
로미오와 줄리엣
Part 5.
소풍 끝내는 날
아닌 것
일상으로 돌아갈 날
휴학
새해는 처음이라지만
리라꽃 향기를 돌려주세요
일체유위법
86병동 602호실
손바닥에서 목까지의 거리
이제라도 미안해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함축된 생(生)의 진실 찾기 – 수필가 장미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