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경쟁과 광속의 회전 원판입니다. 사람들은 빠르게 회전하는 원판 위에서 부지런히 같은 속도로 걷고 있습니다. 속도를 늦추거나 멈추면 원심력으로 나가떨어질 테니까요. 소설집 《어둔리로 가는 길》은 그 회전 원판 위에서 내려온 사람들, 움직이지 않는 땅을 딛고 선 사람들, 그 땅 위에서 자신의 속도로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괜찮아. 괜찮아.’
갑자기 나는 내가 용서되었다. 무어라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마흔 살의 내가 스물세 살의 나를 용서하고 받아들였다.
‘네가 잘못이 없다는 것이 아니고 어쩔 수 없었다는 거야. 너는 그저 네가 할 수 있는 만큼을 한 거야.’
마흔 살이 된 나도 그 시기를 그렇게 견디며 살기는 어려웠을 거라고, 내 앞에서 안쓰럽게 걷고 있는 청년을 위로했다.
마흔 살의 내게 위로를 받으며 스물세 살의 나는 울었다.
- <지금, 여기> 본문 중에서
1. 오늘
2. 바퀴벌레 인간
3. 지금, 여기
4. 꽃자리
5. 마산(馬山)
6. 양지산
7. 어둔리로 가는 길
8. 저물어 지고
9. 볕 뉘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