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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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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덩이 속 미술관

출간일
2024-12-05
저자
임영희 외 10명
분야
문학
판형
기타
페이지
136
ISBN
979-11-392-2238-8
종이책 정가
12,000원
전자책 정가
저자소개

임영희 외 10명

임영희

임영희 시인은 충남 연기(세종시)에서 태어났으며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시집으로 『맑게 씻은 별 하나』, 『날마다 너를 보낸다』, 『나비가 되어』 등이 있으며 산문집 『스물의 언덕』이 있다.

무심히 고인 물웅덩이로 상징되는 이 세상 현실도 심도 있게 들여다보면 그림 같은 자연의 철학이 숨어 있음이다. 그것을 열망하는 시인이기에 오염되지 않은 풍경을 만났을 때 시각과 청각, 심상이 어우러진 공감각적 시 한 편을 그려 낼 수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시인은 서정의 발명자요, 발굴자적인 역할을 해내기도 한다.

 

 

어느 한 날 노을의 풍경은 찬란하면서 장엄하기까지 하다. 또한 그 이면을 마주할 때면 허탈하여 회한의 씁쓸함이 몰려오기도 했다.

모든 생명체에게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는 노을, 즉 황혼의 시기가 있다. 화자 역시 연륜과 생의 내공이 축적된 터라 그려 낼 수 있는 그만의 풍경화가 있다. 낮고 장엄한 첼로의 음감 같기도 한 노을빛 상념이 폐부에 꽂히는 것이다.

누구나 나이테가 늘어 갈수록 생의 유한성 앞에서 옷깃을 여밀 수밖에 없다. ‘저 신비한 노을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면/ 나도 물들어 녹아들 수 있을까의문형 문장이지만 나도 노을빛처럼 마지막 순간까지 아름답고 뜨겁게 타오를 수 있기를 소망하는 염원이다.

화자는 아버지가 놓고 간 마지막 풍경을 애잔하지만 담담히 진술한다. 일생을 다 소비한 후 노을의 시간 저편으로 사라져 간 아버지의 뒷모습을 회상하면서 망연해지는 것은 단순한 슬픔이나 회한의 감정을 뛰어넘는 고차원적 연민의 정서이다.

석양을 바라보며 일몰을 관조하는 여인의 눈망울에 비친 습기가 전이되어 온다. 어쩌면 자신도 그 생몰을 체감하는 지점을 통과하는 중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왜 늘 통회는 때 늦게 찾아오는 것인지 인생의 덕목 중 효성의 애틋함보다 미숙함을 공감하게 만든다. 어쩌면 누구나 가슴속에 걸린 아픈 그림들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루지 못한 사랑 때문에/ 풍경이 되지 못한 순간들이/ 삭막한 겨울날의 어둠 속으로/ 쓸쓸히 사라지고 있다고 고백하는 마지막 연이야말로 우리가 손댈 수 없는 불가항력적 철학이요, 공감각적으로 다가오는 화인(火印) 같은 한 장 사진이다.

 

시인의 말

 

1

 

풍경

보도블록

기역자

술항아리가 호드기를 불고

발가락을 잘랐다

염장이의 자세

백합의 뜰

공손한 손

대추꽃 피우는 사람

북핵을 굴복시키는 방법

사표 쓰는 女子

지금 수평선은 동침 중이다

감자

즐거운 나비

엄마가 있었다

아버지의

파꽃

 

2

 

양주역에서

불춤

클레멘타인

밤꽃

백합화

5월의 꽃밭에 수상한 바람이 불었다

웅덩이 속 미술관

로또팰리스

잔설

그리운 친정

허공의 집 한 채

봄은 헐렁헐렁 온다

능금 깎는 女子

흔들리는 사유

작별

어머니 무밭을 좀 보세요

 

3

 

오래된 무늬

입맛

우리는 날마다 BMW를 탄다

해 돋는 정원을 읽다

유쾌한 그녀

옐로카드

잎사귀에 희망을 걸다

족보

황진이

배추밭 연가

반짝반짝 라디오

사랑의 각도

기차가 3월역에 도착했다

푸른 혀

입춘

 

4

 

바람은 꽃잎을 비질하네

핸드폰

사랑

기억 하나 지운다

무너진 봄날

덕정 장날

부녀회장 임부산

너를 사랑하고 나는 울었다

망초와 어머니

배후

오월의 스케치

밥 먹자는 말씀이 그리울 때

길 위에서

나는 버진이다

 

해설: 母性的 스케치로 완성한 세상이라는 웅덩이 속 眞境 - 최한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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