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결국 공수래공수거이거늘 어떤 손을 가졌나요?”
두 손을 맞댄 채 눈을 감으면 1분 안에 서로 전기가 통하는 손이라면 좋겠다. 움켜쥐거나 오므리기만 하는 손 말고, 밀치거나 선을 긋는 손 말고, 손가락질하는 손 말고, 잡아 주고 박수 쳐 주는 손이면 더욱더 좋겠다. 베푸는 손이면 더할 나위 없겠지. 그런 손이기를 소망하며 두 손 모은다.
《손이 말하다》를 대하면 작가의 손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알게 된다. 실반지 낀 약간 가냘픈 손이 아니라, 말을 한다니, 글 쓰는 손이다. 생존이 아니라 부활의 손으로서 개인의 일생(一生)을 전생(全生)으로 바꾸어 낸다. 뼛속까지 외로운 사물을 따뜻하게 지켜보는 눈의 명령을 받아 그들에게 존재성을 부여하는 손이기도 하다.
도공이 거친 손으로 흙에 숨을 불어넣듯이 염귀순도 세속적인 입말이 아니라 한 줄 한 줄 문장을 꿰어 사물과 대화를 나누는 혼 놀이를 한다. 사람들이 주절대는 일상에 낙망한 탓일까 여길 정도로 곳곳에 은닉된 의미들을 기막히게 포착한다. 밤새워 새의 깃털을 그려 낸 세밀화처럼 꽃의 개화, 모자의 말, 시월의 풍경, 삶이라는 서책, 눈물겨운 붉은 노을, 리폼된 패션, 낡은 신발 등에 주문을 걸어 그들의 은밀한 사연을 듣고 물상수필이라는 제단에 올린다.
염귀순은 분명 언어의 마녀다. 그녀라는 마녀는 낡은 수식을 거부하고 “슬픔과 아픔과 누추함”을 지닌 것에 품격 있는 언어라는 의상을 입혀 수필 무대에 올려 스스로 말하고 연기하도록 한다. 그 후에 그녀는 무얼 할까. 아마도 인생의 고통과 기쁨을 한껏 맛본 사람으로서 홀로 외진 삶의 숲을 걸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손 하나로 또 다른 영혼의 심층수를 끌어 올린다. 그가 염귀순 작가다.
_박양근 문학평론가의 서평 中
제1부 낱말을 품고
안개비, 바깥세상을 지우다
발칙한 개화
낱말을 품고
그곳, 그 자리(1)
그곳, 그 자리(2)
말을 읽다
철없는 옷
컷, 낭만 도시
제2부 바람이 세 든 집
모자가 사는 법
느린 독서
바람이 세 든 집
가슴 구멍을 아세요?
이 나이는 처음 살아 봐
그럼에도 고go고go
봄, 신작 쓰기
어느 겨울과 봄 사이
제3부 손이 말하다
제맛
손이 말하다
컷, 시월
그럴듯하다
인간 세트
약속
사람 풍경
벚꽃, 그리고 전쟁과 평화
제4부 노을빛 그녀
페트 물
노을빛 그녀
선들에 대한 의문
나, 신발
어떤 기억
이름, 꽃으로 피고 지다
‘쓸쓸’과 ‘간절’ 사이
봄 사람
제5부 어떤 사람이세요?
그녀와 치마
오후의 독서
바람손님
어떤 사람이세요?
종지기
아버지는 무엇으로 사는가
서책書冊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