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말년에 책을 낸다는 건 부질없다 할 수 있다.
가르침을 받지 않고 홀로 글을 쓴 내용으로 책을 낸다는 것! 역시 무모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음에 간직하며 아쉬워하느니 과감하게 실행하는 것!
어설프더라도 미루며 후회하는 것보다 지금 바로 시작하는 게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설하고, 아쉽기만 한 내 인생의 출구! 바로 글쓰기이다.
앞으로의 여생도 글을 쓰면서 살 것이다.
오늘날은 수도가 일반화되어 물 걱정 없이 풍족하게 살 수 있다.
나의 젊은 시절은 물이 귀하던 시절! 강으로 빨래하러 가고
이웃집으로 물을 길으러 가던 생각이 떠오른다. 그 힘든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
“고래 환한 그 봉께로 이팔청춘 성부 만날 때 고때 같소잉!”
“아니랑게! 가난혀 빠즈도 혼구육나며 좁은 방이서 부대끼므 살든
때가 호시절였스라.”
“고렇소잉! 배 곯고 살으쓰두 그때가 좋았으라. 맴은 편했슨게.
참말롱 맴 편한 그만킴 좋은 그 읍는 그 같으라.”
그는 눈에는 눈물이 그렁거리면서 입가엔 웃음이 흐른다. -138쪽-
자매의 이야기처럼 말이다. 지나간 것은 모두 그리운 것인가?
스스에게 자문해 본다.
글 내용이나 사용하는 언어가 진부하거나 삼류적일 수도 있다.
삼류적이라 언급을 했지만 삼류의 개념을 이해할 수 없다. 더 인간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어라는 것은 혀끝에서 입 밖으로 표출되었을 때 말이 된다.
이렇게 표현되는 말도 있구나. 우리말의 다양성을,
말에서 묻어나는 진심과 서운함, 슬픔과 기쁨… 그 정서가 라포르 형성의 원천이기에 말이다
싸우고 또 싸우고… 화해하고 또 화해하고… 반복되는 과정이 우리네 삶이고 정인 것이다.
말투의 높낮이에서 느껴지는 모든 감정이 공감되길 바라 본다.
객지로 나가 살던 아들이 합가하면서 집 안에 우물이 없어 우물을 파면서
본격적으로 어머니와 아들의 갈등이 대립한다.
묘하게도 동네에서 가장 부자인데도 불구하고 유독 우물이 없다.
대대로 시어머니의 시어머니, 또 그 시어머니 그리고 며느리의
설명이 어려운 감정이 이어져 온 것이다.
“꼬씩네는 대를 이어 손가락 까닥 안 하고 살지 않소잉.”
연길은 퉁명스레 한마디 한다.
“비교함 속만 트즈! 고 집안은 하늘이 나렸고 울덜은 그 그늘서 바지런
움즉그려 곯지 않으믄 된당께라. 내랑 다르다고 맴을 바꾸야 속이
편하당게! 고른 잡생각은 골치 아프당게. 고냥 단순하게 살자구-” -11쪽-
“그렁께. 고 시크믄 속을 어짜기 안당가. 우아튼 타고난 복에
욕심부리믄 고게 화근이 된당게. 가진 그 잘 챙기믄 씨앗이 되으
내 모를 새 차츰 불으나게 됑께롱 어여 일이나 하쉐.” -13쪽-
언어만큼이나 인간도 다양하다. 그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등장인물도 개성 있게 묘사해 보았다.
풍족하든, 부족하든 나름 상처를 안고 가끔 누리는 행복으로 풀어내고 살아가고 있다.
상처와 행복은 온전히 자신의 몫!
누구나 안고 사는 상처를 보듬어 주고 행복은 서로 기뻐해 주어야 하다는 것을…
이는 변해서는 아니 되는, 오늘을 살아가는
서로가 서로에게 배려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말해 본다.
부모의 공평한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왔어도 형제자매는 모두 다르게 살아간다.
부모 팔자! 자식 팔자! 따로 있다는 말이 있듯이 말이다.
부모가 바라는 대로 살아가는 자식은 흔치 않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부딪치고 견디며 살아 내는 것이다.
한동네에서 언니는 부자이고 그 그늘에서 동생은 살게 된다.
언니가 호되게 대하면 동생은 푸념을 한다.
“아고메! 같은 씨에 다 같은 배 속으로 나왔는디 이뇬의 팔자는
이리돔 모락스럽다요. 요그스나 조그스나 맨날 괄시나 받구… 엄니는
나 밸을 쯕 뭘 주숴 먹구 낳는지 몰긋다요-!”
기운이 있는 대로 다 빠져 한 발짝도 옮기기가 힘겹지만,
그는 서글픈 푸념이 절로 나온다. -36쪽-
사람과 사람이 우연히 만나 인연을 맺게 된다.
그 인연의 결과로 부부의 관계가 이루어진다.
남편을 여윈 여인과 아내를 여위고 떠돌아다니던 남자!
“살면서 문제야 생기것지만 지난날 서로 다독이며 기대면서 남은
세월 살아가면 좋지 않것소! 이젠 돌이킬 수 없소!” -242쪽-
그 여인은 편히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뒤로하고
단호하면서도 진심이 우러난 말 한마디에 한 남자를 따라나선다.
바랄 것도, 해 줄 것도, 서로 묻지 않고 다짐도 없다. 다만
흠뻑 적신 땀이 대신 대답을 해 주는 듯 서로 꼭 잡은 손에
힘이 느껴진다. 말이 없는 장 씨는 비실거리는 어깨를 안아
부축해 주며 다른 손으로 가늘게 떠는 손을 꼭 잡는다.
큰벌교댁 역시 말없이 온몸과 마음을 맡기며 그의 가슴에 얼굴을
깊숙이 파묻으며 한기를 진정시킨다. –293쪽-
말로 해서 알 수 있는 진심이 있고 말을 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진심이 있다.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그 이유로 살아가는 감동!
가슴에 간직하고 어려운 문제가 닥치더라도 견뎌 낼 수 있는 무한대의 원동력이다.
그래서 불확실하다. 그래서 두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은 기대고 의지할 수 있다는 믿음을
서슴없이 받아들이고 떠날 수 있었다 하겠다.
남아 있는 자와 떠나는 자의 심정은 인과관계가 있을까
서로 다를지라도 보듬어 주고자 하는 배려가 있음에
살맛이 나는 것이다! 살아가는 것이다! 말할 수 있겠다.
“순영이가 엄니한티 말동무해 주었다는 거 알고 있지? 착하고… 얌전하고…
거기에다 싹싹하고… 이제 말 잘 통하는 말동무가 당신에게도 생긴 거야.
이불이 뭐 대수인가. 이불은 또 사면 되지만 맘 부칠 수 있는 사람의 마음은
얻기 쉽지 않으니… 말 많고 탈 많은 이 동네에서 살맛이 날 것 같아 안심이 되는군!”
교식은 안방에서 하는 말을 들었을 아내의 서운한 마음을 알아채고
어깨를 다독다독 다독여 준다. -271쪽-
남은 자는 그래도 이렇게 서로를 위로를 해 주며 살아가는 이유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살게 마련이라는….
작가의 말
1. 농부
2. 순천댁과 대천댁
3. 만복댁
4. 작은벌교댁
5. 큰벌교댁
6. 큰벌교댁의 푸념
7. 젊은 과부
8. 큰벌교댁의 분노 폭발
9. 동네북, 작은벌교댁
10. 판석이
11. 판석의 애간장
12. 거간꾼 달구
13. 거간세 뜯어내는 달구
14. 제사장을 보러 나온 자매
15. 장 씨에게 당하는 달구
16. 교식이
17. 대원의 제사
18. 달구와 만복댁
19. 달구의 꾀
20. 큰벌교댁의 트집
21. 얄미운 조카며느리
22. 판석의 반항
23. 큰벌교댁의 시어머니
24. 이사 오는 교식이
25. 비위 맞추는 작은벌교댁
26. 이사 온 첫날
27. 시집살이시키는 시어머니
28. 동네 아낙들
29. 작은벌교댁과 조카며느리
30. 아! 옛날에
31. 샘쟁이 장 씨
32. 샘 파는 날
33. 술 취한 교식
34. 오줌 싼 큰벌교댁
35. 달구를 부른 장 씨
36. 달구의 술주정에 드러난 진실
37. 장 씨의 색시 생각
38. 큰벌교댁의 남편 생각
39. 며느리의 힘든 하루
40. 작은벌교댁의 당당한 말
41. 장 씨! 연민을 느끼다
42. 장 씨와 큰벌교댁
43. 큰벌교댁의 고심
44. 동네 아낙들의 수다
45. 세상은 살아 있는 자의 것
46. 작은벌교댁의 호들갑
47. 만복의 달구지
48. 서커스 구경
49. 들통 난 만복댁
50. 시장에서
51. 그래도 자매지간
52. 우물 턱을 내는 교식
53. 마당 정리하는 장 씨
54. 큰벌교댁의 처절한 몸부림
55. 떠나는 뒷모습
56. 판석과 순영이
57. 달구의 눈물
58. 달구와 판석
59. 교식의 집
60. 분노하는 만복
61. 역시, 달구
62. 아! 교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