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거렸던 조각들을 모으니 한 종지쯤 된다. 쟁기로 거친 흙을 뒤엎는 수준이지만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훔치며 한 이랑씩 일구고 있다.
되돌아보니 60여 년간 버리지 못하고 쌓아 두었던 삶의 보따리가 왜 이렇게 크고 무거운지 낡고 해진 육신으로 갈라진 삶의 보따리를 묶을 힘조차 없다.
잠시 어제를 돌아보니 그저께로 뒷걸음치더니 60여 년 전으로 돌아와 젖 굶주림에 익숙한 채 어머니 등짝에서 미끄럼질하며 콩밭을 누비던 시절로 나를 돌려세웠다.
- ‘짧고 뭉툭한 붓을 들다’ 중에서
밥알들은 대가리를 곧추세우고
어기적거리며 논으로 걸어가고
멸치들은 누런 이빨을 드러내고
씩씩거리며 바다로 달음박질하고
배추들은 푸르뎅뎅한 몸뚱이를
거들먹거리며 밭으로 기어가는
눈물 젖은 아침 밥상을 맞으며
미치지 않으면 미쳐 버릴 것 같은
하루를 마지못해 열고 있다
대여섯 시간 사투를 벌이며 수술을 무사히 마쳤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병상에 누워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니 안쓰럽지만 대견하다
걱정 마세요
저는 간이 정상으로 자란다며 어머니 걱정을 한다
결국 아들은 대문자 L, 어머니는 소문자 l을 배에 새겼다
- ‘아침 밥상’ 전문
짧고 뭉툭한 붓을 들다
[첫째 마당] 그리움
할머니의 옛날이야기가 듣고 싶다
봄
소풍
여름
감자
가을
쇠풀 뜯기기
겨울
길동이 형 장가가던 날
왕겨 도깨비
귀신이 어디 있어
[둘째 마당] 사랑
아침 밥상
병상 일기
창경궁 춘당지에서
[셋째 마당] 소소한 이야기
까짓것 이것쯤이야
방콕 마담 거실을 점령하다
오늘도 방콕
예쁜 손 편지 한 통
아이들이 있어 행복해요
수학 사랑 이야기
처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며
추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