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듣고 싶은 호칭은
‘시인’이다
그래서
시집을 낼 때마다 늘 두렵다
‘시인’이라 불리기에
부끄럽지는 않을지
‘시인’이란 호칭에
누를 끼치는 건 아닌지
- 〈시인의 말〉
나는 시조의 매력을 글로 그린다. 일상생활 속에서 보고 듣고 겪은 일이나 스치는 생각에서 소재를 찾고, 거기에 삶의 메시지를 담아 사실적으로 그린다. 말하자면 구상화다. 색깔은 가급적 간결하고 평이하고 담백한 단어와 문장으로 칠한다. 그렇게 그린 시조를 읽은 독자들은 그 배경이 되는 정경이 눈에 선하다고 한다. 특히 나와 비슷한 세대의 독자들은 자신의 이야기라고 공감한다. 이번 제5 시조집 『유쾌한 사기』에 실린 시조들도 그런 이야기들이다.
〈후기〉 중에서
1
어머니의 비밀 양념
혀를 깨물다
끈
페널티 킥
사진
개의 독백
꽃의 순교
퇴행성에 가다
아이 고(I go) 1
그놈의 정이 뭔지
손주라는 선물
봄밤
딸 바보 아빠의 기도
여름의 변심
손이 닮았다
마스크 연가
횟집 수족관 물고기
손주 중독
슬픔의 맛
빈집 속의 빈집
어떤 층간 소음
2
제라늄
카톡
돈을 줍다
돌팔이들
어느 해 정월 초하루
잔설(殘雪)
이상 기후
낀 세대
폭풍우 치는 날
도라지꽃
홍단풍
홍수가 지나간 뒤
파리를 애도하며
천수만의 철새 군무
내리사랑이란 변명
오염수가 된 날
가을의 잠입
유쾌한 사기(詐欺)
겨울 찻집에서
3
금실의 비결
아내가 병원 가던 날
아버지의 라디오
돈
예순아홉
봄비
어느 힘든 날의 자화상
동향집
천상재회
난개발
뉴스를 보다가
이팝나무 아래서
6월의 숲
벌레 먹은 감
개울의 풍경화
가을 장미
허수아비 1
눈 내리는 밤
외로움에 대한 노후 대책
양계장 닭의 행복
공(空)
4
손자의 콧물
헛방
불자(佛子) 개미
어떤 선배
아이 고(I go) 2
설산을 보며
이 세상에 태어나
검버섯
보리밥
꿈을 팔다
애견숍의 슬픈 강아지
의자 무상(無常)
허수아비 2
늦가을 호박꽃
용산역 광장
가을 단상
별을 그리며
머리를 말리다가
눈
또 한 해를 보내며
[후기] 시조를 그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