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나의 은발이 모여 작은 목소리를 냈다.
사춘기의 소녀처럼 얼굴 붉히며 수줍게 날개도 달았다.
아직은 불협화음으로 현絃을 뜯는 손길이 서툴고 투박하지만 예순여덟 개의 성상星霜을 건너온 내공이 있다.
그동안 부모님 모시고 자식들 건사하느라 정작 자신을 잊고 살다가 늦게나마 묵정밭을 갈고 씨앗을 뿌렸다. 잡초도 뽑고 물도 주며 정성을 다하면 당당한 제 목소리도 낼 수 있으리라.
척박한 땅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멀리 퍼져나가는 민들레 씨앗처럼…
두 번째 53글방의 결실이 소박하다.
혹서와 습한 장마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심신이 지친 이들에게 얼마간의 위안이라도 되었으면 한다.
이번 호에는 특집으로 그립고 아련한 기억의 아버지를 모셨다.
그립다 말을 하면 더욱 그리워지는 어린 시절을 들여다보니 눈시울이 뜨겁다.
열하나의 은발이 모여 작은 목소리를 냈다.
사춘기의 소녀처럼 얼굴 붉히며 수줍게 날개도 달았다.
아직은 불협화음으로 현絃을 뜯는 손길이 서툴고 투박하지만 예순여덟 개의 성상星霜을 건너온 내공이 있다.
그동안 부모님 모시고 자식들 건사하느라 정작 자신을 잊고 살다가 늦게나마 묵정밭을 갈고 씨앗을 뿌렸다. 잡초도 뽑고 물도 주며 정성을 다하면 당당한 제 목소리도 낼 수 있으리라.
척박한 땅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멀리 퍼져나가는 민들레 씨앗처럼…
이제 가을이다.
아무도 찾는 이 없어
외로운 女子
속절없이
세월만 삼키다가
오늘은
말끔히 차려 입고
정처 없이 길을 나선
이 쓸쓸한 여정이여
임영희 作 『코스모스』
깨끗하게 헹구어져 빨랫줄에 걸린 차렵이불깃처럼 청명한 하늘이 시리도록 맑다.
프롤로그(prologue)
강성진
나의 아버지
서산 춘향전
총무직
휴대폰이 돌아왔다
세상 참 좁다
김석태
나의 아버지
어머니
손자의 운동장
푸른 간식의 기억
먼 고향
김원호
나의 아버지
낚시 가문
짱어
향우회장
여름휴가
김주현
나의 아버지
비에 젖은 한복
재산 공개
추억의 자가용
과일 장수 소녀
박수경
나의 아버지
추억의 운동화
어머니가 고소당했다
고모님 여의옵고
가여운 여인
신준호
나의 아버지
왕 회장이 되다
초대
대통령 앞에 서다
발로 닭 차기
오영욱
국제 迷兒가 되다
장하다 유지현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임영희
나의 아버지
나룻배와 선장
분수를 안다는 것
다슬기국을 끓이며
착각
정모연
나의 아버지
어머니의 기일
몰래 한 첫사랑
실내화의 추억
댓돌 위에 고무신
조종길
나의 아버지
운동화의 추억
잘 가세요 장모님
내 고향 옥천
내 소녀는 어디 갔을까
최종호
파랑새를 찾아서
에필로그(epilog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