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동굴 안에서 남을 보는 게 익숙합니다. 플라톤의 동굴 속에 갇힌 나의 편견으로 세상과 타인을 저울질하는지도 모릅니다. 지금 내 생각이 내일이면 틀릴 확률도 높습니다. 그 폐쇄된 군대라는 동굴, 좁은 지역과 짧은 지식의 동굴, 가벼운 인식의 동굴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자신에게 정직한 사람이 남에게도 정직하고 자신에게 솔직한 사람이 남에게도 솔직하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이 들어 몸이 쇠하고 말이 어눌해질 때까지 경험에서 우러난 곰삭은 글과 깊은 사색으로 얻어 낸 문장들을 바깥으로 드러내는 작업을 계속하겠습니다.
<책을 내면서> 중에서
생도 생활을 포함하여 37년 군복을 입었고, 스무 번 이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스물한 번을 끝으로 전원에 둥지를 튼 지 어언 10년이 지났습니다.
전역 후 몇 년간은 꿈을 다 이룬 듯, 동창생, 동기생, 지인들과 하루가 멀다고 가든파티를 하는 등 즐겁게 지냈습니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전국을 돌다가 때로는 해외여행도 하고 원 없이 골프도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여생을 이렇게 허비해서 되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생겨났습니다. 몸담아 왔던 조직에서 이탈한 사회적 외로움과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느끼는 감정적 외로움도 있었습니다.
어깨를 심하게 다쳐 핀으로 고정하는 수술을 받은 그해 겨울 꼼짝없이 갇혀 지내는 동안거가 시작되었습니다. 성경을 통독하고 닥치는 대로 서재의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고, 새벽 고요 속 침묵은 깊은 내면의 소리들을 깨우기 시작했습니다. 침묵과 소리는 정반대의 개념이지만 소리를 낳는 것은 침묵임도 알았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자연의 바람과 풍경이 온전히 감정의 눈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침묵의 소리에 익숙해지면서 나를 깊게 성찰하고 나만의 특이성을 발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책을 내면서> 중에서
책을 내면서
제1부 감사합니다
가을 문턱에서
숲에서 얻는 단상(斷想)
승주봉 산행기
매화 예찬
소나무에 대하여
감사합니다
건이 아빠
누구와 맛있는 밥을
음식의 내공
스케이트의 추억
준비 안 된 등산
하늘로 보내는 우정
제2부 나이 듦에 관한 생각
여주에서 인생 2막
나의 시골 적응기
주말부부 합쳐 살기
군인 친구를 민간인으로
아프거나 다치지 말자
보고 싶은 얼굴들
베트남 푸꾸옥섬 여행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운동
여군 장교 결혼 주례
나이 듦에 관한 생각
제3부 김 병장의 마지막 인사
권투가 맺어 준 인연
집밥의 위력
대대 주임원사
충청도 운전병 사내
나의 어느 여름
부사관과의 대화
충성스러운 병사들
비무장지대의 외로운 섬 GP
동해안에서 한 일
스스로 생을 마감한 친구
이순신 장군이 밥 짓고 빨래했다면
김 병장의 마지막 인사
제4부 나의 인생 사계절
나의 인생 사계절
나의 유년 시절
언제나 마음은 태양
둘째 탄생의 비화
중국 계림 회갑 여행
아버지의 고향
내 어머니의 노년
후회와 그리움
청각으로 주신 사위 사랑
군 생활의 멘토
친구의 아쉬운 삶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