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자연스럽다
자연스러운 일들이 삶이 되고 시가 된다.
밥이고 찬이고 흙이고 강물이고 바람이고 먹구름 낀 하늘이며
풀꽃이고 초록 이파리다. 걱정이며 기쁨이기도 하다.
세상은,
펼쳐 보면 희로애락의 무지개
말할 수 없이 자연스럽다.
_「프롤로그」
거실 한쪽 벽 뻐꾸기시계. 어제도 오늘도 뻐꾸기는 울지 않아도 시간은 흐른다. 그 아래 주인과 집과 함께 해를 더해 온 정물로 앉은 오래된 오디오장 위에, 유리 꽃병에 줄장미가 꽂혀 있다. 진종일 붙박이처럼 집을 지키는 초로의 부부. 하루는 지루하고 일주일은 왠지 짧다. 오뉴월 그 봄날 남편은 한 마디 말 대신 날마다 꽃병에 장미를 꽂는다. 붉은 장미는 습관처럼 가라앉은 집 안 공기를 움직인다. 심심한 아내 얼굴에 설핏 꽃빛이 환하다. 과묵한 남편은 마당 담장의 넝쿨장미를 꺾어 와 화병에 꽃을 꽂는 일을 일과처럼 한다. 가만히 장미의 꽃말이 생각나는 오후이다.
_「뻐꾸기와 장미」
앞뒤로 둘러 다니던 내 집 터, 손바닥 텃밭, 동서남북의 담장, 집의 창틀, 베란다 대리석 바닥, 가장의 샌드백 매달던 쇠기둥, 빨랫줄, 차고 바닥과 셔터 문, 버리듯 팽개쳐 두고 와서 잘 밤이면 더욱 선하다. 내 삼분의 이 생이 그들로 따사롭고 행복했다. 누가 이런 내 마음을 짐작이나 할까. 무엇으로 가슴을 진정시킬까. 떠나온 나도 버려지는 그들과 다름 아니다. 너희들과 눈에서 멀어졌어도 가슴 안에 더욱 살아서 계절마다 환한 꽃등으로, 초록 숲으로 그렇게 밝히며 자리할 것을 약속하자. 버려진 정든 물건들과 나무들이 내 가슴에 탑으로 쌓인다.
나와 같은 생명들. 늘 삼삼하니….
_「이별의 서書」 중에
프롤로그
무논
기억의 숲
터널
환생의 뜰
엄니
실상사 보광전
라트비아 십자가의 언덕
구형왕릉
가을을 타다
연
봄
귀
그 꽃
불면증
손자
송정역에서
외등
기척
여수리
팽이
위로
토박이
손
東河
까보다로까
허난설헌을 기리다
기밀누설
인연의 숲
은사시나무
선술집에서
꽃들이여!
세월호 아이들의 생환을 기원하며
뻐꾸기와 장미
영귀루
청도 자계서원에서
시인의 눈물
모란
재미난 일
비밀
텃밭
소엽풍란
자화상
술
길
카톡
토마토
어머니의 손
방생
별
동하 탄생에 부쳐
바람
감나무1
감나무2
감나무3
계단
그림이 그려진 계단
꽃가지
노을
잔디를 깎다
평사리
연지동蓮池洞1
연지동蓮池洞2
하얄리아의 연꽃
꽃
사월
너의 역습
꽃길
경주 장항리 오층석탑
등불1
등불2
바느질
토끼풀꽃
억새꽃
풋감1
풋감2
이별의 서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