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할아버지가 별나라에 계신 것보다 노루들의 나라에 계신 것이 더 좋다. 별나라는 너무 멀다. 노루들이 사는 곳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지만, 별이 사는 하늘나라는 갈 수가 없다.
“할아버지는 노루를 좋아하시니까 노루들이랑 잘 지내고 계실 거야.”
순철이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나도 그렇게 믿는다. 할아버지는 노루들이 사는 나라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실 거라고. 그때, 별들이 마당으로 갑자기 쏟아져 내렸다. 나는 벌떡 일어나 별을 손안 가득 담았다.
그중에서 차갑고, 빛나는 작은 별 한 개가 내 마음에 살며시 들어왔다.
<7. 순임 언니> 중에서
아름드리 밤나무들이 햇빛을 받아 아름답게 반짝였다. 그리고 그곳에 수십 마리의 노루들이 있었다. 어디선가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노루들이 일제히 숲을 향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앞에 동쪽 나라의 도인인 우리 할아버지가 긴 수염을 휘날리며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
이윽고 할아버지와 노루들은 밤나무 숲으로 사라졌다. 그들이 사라진 햇빛이 빛나는 그 숲에 서투른 가을이 어슬렁거리며 오고 있었다. 노루 꼬리만큼 아주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천천히 오고 있었다.
<에필로그> 중에서
프롤로그
1. 히말라야와 개마고원
2. 노멀한 얼굴
3. 겨울은 깊다
4. 함께 살아요
5. 노루가 사는 나라
6. 연극
7. 순임 언니
8. 귀향
9. 콩 심기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