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프랑스 왕족들이 골프를 칠 때, 골프 클럽을 젊은 장교들에게 나르게 했는데, 그 젊은 장교에 해당하는 프랑스어가 ‘카데(Cadet, 사관학교 생도)’였다. 캐디(Caddie)는 이 단어에서 유래했다.
나는 캐디라는 직업을 갖게 된 후로, 단순히 짐을 나르는 게임의 중재자 역할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골퍼의 파트너로 18홀 게임의 여정을 같이하는 동반자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골프 클럽을 나르는 역할이라면 현재 대부분 여성인 캐디의 성별에도 의문이 생기는 이유에서다.
매 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치열한 게임의 현장에서 골퍼와 캐디, 캐디와 골퍼는 과한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전우(戰友)에 가깝다. 처한 상황을 같이 고민하고 해결책을 상의하면서 결과에 같이 웃고 기뻐하는….
더 이상 스타트 존에서의 어색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족 간에, 직장에서, 때로는 동행하는 골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토해 내는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대화하면서 보다 즐겁게 이 여정을 마무리하는 것이 나의 캐디로서의 정의이며 즐거움이다.
새벽 5시, 회색 안개가 고스란히 내려앉은 클럽하우스.
태양 빛에 피어오른 그린 속 아지랑이. 그리고 러프의 풀숲에 숨어 우는 귀뚜라미까지…!
18홀의 골프장은 시간마다 때론 계절마다 다양한 자태를 선사한다.
그보다 더 다양한 골퍼들의 이야기와 그네들의 삶을 엿보는 것은 캐디에게 있어서 보너스와 같다.
한바탕 웃음과 눈시울을 뜨겁게 만드는 이야기 속으로…….
“그 사람의 진정한 삶을 알고 싶다면 함께 골프를 쳐 보면 된다.”
_P.G 우드하우스
chapter 1 새로운 시작
chapter 2 초보
chapter 3 웃음
chapter 4 불륜
chapter 5 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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