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색의 우수가 짙게 배인 속눈썹의 결은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다」
‘나 아니면 할 수 없는 말’이라고 했지만, 사실 사람들의 생각이나 시선은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똑같은 사물이라도 그것을 드러내는 말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이 ‘달라짐’에 특별히 착안하여 구사한 언어는 필연적으로 자신을 관조하는 철학적 사유의 산물이며, 세상을 투시하는 상상적 그림이며, 사물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표현일 수밖에 없다. 그런 언어만이 비로소 시의 위격을 지닐 수 있으며, 그런 언어로 시를 창작하는 사람만이 시인의 품격을 지닐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시와 시인이 있어 훼손되기 쉬운 인간다움의 길에 빛을 밝힐 수 있으며, 그런 시인들이 있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양보할 수 없는 아름다운 고집을 만날 수 있다.
-이동희(시인, 문학박사)
시인의 말
1부 익명의 시간은 포자처럼 날리고
그녀의 속눈썹
죽음에 대하여
수인囚人의 세월
낙타의 하늘
낡은 구두
째보선창
참새가 우는 까닭
아픔의 미학
나목裸木으로 가는 길
빈 들에 서서
노잣돈
봉화정에서 만난 사람
꽃노을
풍장風葬
막핀꽃
그믐달
2부 잡기장에 울엄니를 그려본다
이화우梨花雨
번개팅
노을의 끝
화개 삼거리
빗방울
저녁 무렵
태안로의 추억
세월
어둠이 시작될 때
소멸되는 것들
폐허廢墟
아름다움에 대하여
바다
적멸寂滅
울엄니
고문顧問
3부 슬프고 슬픈 찔레꽃이 하얗게 운다
가을역
푸른 솔
물빛다리에서
아중호에서
보은報恩
늦가을 저물녘
새날
군무群舞
찔레꽃 연가
꿈의 무늬
가실이 왔어라
바람 쐬는 길 풍경
봄의 서곡
벚꽃 그늘 아래서
노고단老姑壇 바람
감꽃이 필 때
4부 허공에다 생의 도록圖錄을 그린다
봄이 오는 길
봄 한 송이
가을서정
고추잠자리
위대한 일상
공중부양
겨울의 끝
빗질하는 여자
밤비 내리는 오월
욕지도欲知島
국수집 풍경
바다를 분양합니다
산의 저녁
물향기
송년送年
조준照準
5부 구불거리는 잔도棧道 일촉즉발의 낙하와 맞짱을 뜬다
담배
눈으로 말하기
반음半音
적敵과의 동침
모래시계
남강의 넋
쓰나미
어떤 만찬
뻘배를 입다
숨비소리
갯바위
실직失職
홍도야 우지마라
절벽을 걷다
딱지치기
각설이의 노래
□ 평설 시詩, 나 아니면 할 수 없는 말을 찾아서
― 松現 이내빈 시문학의 특질에 대한 고찰
이동희(시인, 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