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도 시간이라는 녀석은 쇠구슬을 달고 있지 않아서 굳이 결정이나 행동 같은 것을 하지 않아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고 그저 내 시간만 잡아먹는 것이니 내가 알아서 할 수 있어 참 좋다. 시간이라는 것은 사실 내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나의 무형 자산이면서 또 가장 비싸고도 귀한 것일 텐데, 너무 귀하고 또 너무 풍성하게 주어지다 보니 그 소중함을 매 순간 깨뜨리며 지내지는 않게 된다. 그 가벼운 시간의 무게 때문에 어쩌면 우리는 마음을 먹는 일, 그 자체를 매우 어려운 일로 인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음을 먹는 일, 그것은 사실 소로(Thoreau)가 말했듯이, 단 한 순간, 1초면 충분했다.
- <마음을 먹는 일, 너무 어려운 일> 중에서
생활이 아니라 ‘삶’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여럿이다. 거창할 것 없이, 다 ‘사람’ 덕분이다. 살아는 있는지 물어봐 주는 안부들. 몇 년 전에 떠나온 직장에서도, 1년을 떠나 있었던 이 땅에서도 아직 안부를 물어봐 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내가 돌아왔구나.
-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중에서
다시 일기를 엮으며
제1장 격리 시절
뱀딸기를 찾아서
6월은 어떻게 가는가
다시 계획을 세우며
잠시 멈춘다는 게 한참 멈춤
병원 대기실에서
초록과 보라: 매실과 BTS의 나날들
몸은 기록한다, 모든 상처들을
한동안 ‘비숲러’
아, 그때를 기록했어야 하는구나
완벽하지 않아서
어떤 소식
커피가 없지, 참
일찍 일어난 것이 문제
여섯 번의 PCR 코로나 검사
‘박은빈’이 좋아서
에구, 또 사기를 당했다
비생산적인 날들의 연속
요동치듯 밀려드는
운동장이 보이는 곳
생활을 기록하려는 것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윤동주를 생각했다
열심히는 사는데
바람이 불지 않을 때
탓하지 말고 마음 다지기
오로시 님은 잘 지내고 있을까
즐거운 다음 막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이 반성문이 너무 늦지 않았기를
제2장 계절의 오행
작가의 생애와 나의 부끄러움
시기심과 분별심: 나의 이번 생이 실패라는 너에게
“인간은 쓸쓸할 때가 제정신 같아.”
햄버거 먹는 법
김밥 두 줄
“옆집입니다.”: 나쁜 주인, 혹은 좋은 이웃에 대하여
11월은 어떻게 가는가
선택과 집중, 그 인내에 대하여
마음을 먹는 일, 너무 쉬운 일
소설을 읽다
마음을 먹는 일, 너무 어려운 일
‘철학자’의 아내
소도시의 아침
어떤 이름에 대하여: 긍정에게
이번 생은 나에게 기회다
영상 없는 시대는 가능할까?
덜 친절한 직원
새 달력을 넘기며
제3장 〈캐논〉까지 느릿느릿
스물여섯, 도전 《바이엘》
순간의 여운을 기록하라: 에드 시런 〈퍼펙트〉
건반 끝까지: 김광민 〈학교 가는 길〉
음들이 겹쳐질 때 페달 바꾸기: 〈버터플라이 왈츠〉
마지막은 사라지듯이: 〈오페라의 유령〉
윗소리 들리게: 〈캐논〉
오래된 피아노: 언제든 다시 《바이엘》(인터미션)
1-5-8, 1-5-8, 쉬운 반주로: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시작이 반, 왼손 리듬 우선 연습: 〈밤편지〉
다시 시작하는 느낌으로: 예민 〈산골 소년의 사랑이야기〉
포기하지 말지니: 〈비와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