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속에는 요즘 우리에게서 멀어진 세상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래서 여기에 쓴 이야기들은 요즘 사람들에게 퍽 낯설게 여겨질 것이고, 좀 더 지나면 아예 잊혀질 것이다. 그 세상은 그렇게 사라질 것이다.
그래서 그곳에서는 오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흙조차 고급스러워진 이 세상에서, 그곳의 무덤들만이라도 평안하기를 바랄 따름이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이 비딱하게 기운 폐가로 들어갔다. 쥐들과 벌레들이 우글거리는 방 안에 누웠다. 칡넝쿨이 내려와 자신의 목을 조르고, 온갖 벌레들과 밤 짐승들이 다가와 살을 파먹고, 지붕이 무너져 자신을 덮어 버리기를 바랐다.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기를 소망했다.
- ‘오늘 하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에서
트랙터꾼
오늘 하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모녀의 동굴
사이렌
어둠의 그늘
도둑고양이
차가운 밤
수렁은 마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