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영이 눈을 떠보니 엄마가 은영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엄마, 자꾸 잠이 오네.”
슬픈 꿈을 꾸었나? 은영 눈가에 눈물 흘린 자국이 남아있었고, 베개 밑이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은영은 지금의 현실이 꿈속 같았다.
-본문 중에서-
모든 게 꿈속에서 벌어진 일만 같았다
은영은 천천히 창문을 닦기 시작했다
“더 자. 잠을 많이 자야 회복이 빨라.”
은영 손을 잡은 엄마 얼굴에 근심이 한가득했다. 그때 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엄마가 거기 왜 있어? 빨리 집으로 와.”
핸드폰 밖으로 언니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톡톡 튀어나왔다.
“조금만 더 있다가 날 밝아지면 갈게.”
엄마는 누른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인실이라서 가림막 커튼은 쳤지만, 옆의 침대 숨소리까지 들리기 때문에 신경이 쓰였다.
(중략)
창문 밖으로 보이는 가로수 느티나무가 커다란 나무 화분에 심겨있다. 늘 보았던 가로수인데, 언제부터 화분에 심겨있었지? 느티나무를 왜 맨땅에 심지 않고 화분에 심었을까? 나무 한 포기를 뽑아서 그대로 뒤집어 파묻은 것이 뿌리에 해당한다는 말이 있다. 나무 화분이 크다 해도 느티나무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작아 보였다. 화분 밑에 그늘도 없는데 왜 벤치는 만들어놓았을까?
책머리에
선홍빛 장미
선소리 환청
그해 여름
도깨비 터 기와집
가자, 집에 가자
길 위에서
아마, 이건 꿈일 거야
달빛이 싸락눈처럼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