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말이 끊긴 날
목련꽃이 폈어요
무결점 얼굴로
나는 말을 배우는 아이처럼
입을 오물거렸지요
당신에게 순정이었던
그때처럼
꽃은 피어
이제야 겨우 말을 더듬거리는
심술궂은 바람이 불어
향연이라뇨
사방에 꽃의 낙화가
슬픔의 봄이
온 적도 없이 가고 마네요
꼭 작년처럼요
그 오랜 습관으로
꽃은 피고 지고
‘산도 나무도 새하얀 백설기’인 은설의 세계에서 시인은 ‘이 눈부신 고요’에 말을 잃는다.
시인은 ‘눈이 지르는 함성’에 자신을 맡기고 시공간을 초월한 자아는 눈의 고요와 합일한다.
독자 또한 행간을 따라가다 보면 수채화 같은 풍경을 자주 만나게 된다.
따뜻한 시혼이 깃든 시인의 새로운 시집 《목련꽃 이후》를 추천한다.
-안순덕 소설가-
1
비와 커피
모르는 일
뮌헨
이 고요를 뭐라고 해야 하나
목련꽃 이후
물속에서
풍경
뭉개지다
여행의 추억
두고 온 나무
대추나무에 걸린 호박
유월
일가一家
어떤 배신
숲은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빗소리
무지개처럼
2
나무의 세월
갯벌
나무 그늘에서
뼈가
시간2
다다미의 기억
모른다
산2
피레네산을 넘다
걷고 싶다
점 하나
여수
꽃 보러 가자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리距離
시를 찾아서
오일장
3
도로徒勞의 새
그것을 바라보는 저녁이 있다
가뭇없이
밤길
정선에서 미탄까지
마을을 지나서
보틴 식당
수고라니요
정오
봄에
그리고 아무 말도 없었다
눈 오는 하루
꽃무늬 치마
신 조당燥糖
4
열기와 온기
빨래
오리는
강가 강
동키
누수 현상
광안리의 달
너에게로 가는 길
길 위에서
옛 동네
돌푸에 관한 기억
고도高度를 찾아서
시인은 왜
바다
등꽃이 필 무렵
나는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