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친구와 함께 즐겼던 ‘뱀주사위 게임’을 기억하시나요? 그때 저는 항상 빨간 모자를 쓴 작은 레고 인형을 ‘말’로 이용했었습니다. 뚜벅뚜벅 걷는, 엉덩이 깔고 앉은, 완전히 드러누워 나자빠진, 땅에 코 박고 엎어진 모습 등을 연출해 보는 건 또 다른 재미였죠. 하지만 결승점 직전에서 뱀 미끄럼틀을 타고 미끄러질 때면 세상을 잃은 듯한 좌절감에 휩싸이기까지 했습니다.
어른이 되어 문득 이런 상상을 하게 됐습니다. 내가 만약 그 게임 속 레고 인형이라면? 그 게임판이 내 삶 자체라면? 나의 운명을 결정짓고 나를 조종하고 내 삶과 죽음에 관여하는 또 다른 존재가 있진 않을까? 그때 그 인형에게 ‘절대자’였을 어린 시절 나처럼.
밥을 먹고 쇼핑을 하고 멀리 여행을 떠나는 그 자잘한 ‘삶’의 행위들이, 누군가가 마련해 둔 ‘죽음’이란 작품을 그려 내려 채워 나가는 낱낱의 지그소 퍼즐 조각은 아닐는지.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 여러분께 그 조각을 맞춰 볼 기회를 조심히 드려 봅니다.
지구상 모든 존재는 삶과 죽음이라는 처음과 시작을 공유합니다.
식물은 언젠가 시들어야 하고 동물은 심장을 멈출 때가 옵니다.
과정에 집착하면 그 끝을 등한시하고, 반대라면 순간이 무의미해지겠죠.
감히 주인은 못 되더라도 주체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요?
성스러운 절대자의 설계가 무엇이든 마지막 작품은 아름다워야 하니까.
#바르테즈의 장미
1. 모험으로의 초대
2. 뱀주사위 게임
3. 다섯 살 소녀 루루
4. 어설픈 춤꾼
5. 편안함의 유혹
6. 은밀한 친구
7. 불행의 전주곡
8. 폭풍 전의 고요
9. 케빈 아저씨
10. 한낮의 유희
11. 돌아와, 제발!
12. 빅(BIG)
13. 즉흥 환상곡
14. 라이트산의 영혼들
15. 가자, 미국으로!
16. D-2
17. D-1
18. D Day 그 후
19. 또 다른 뉴욕의 봄
20. 재회
21. 새로운 만남
22. 삶과 죽음
23. 의혹
24. 고백
25. 조용한 이별
26. 마녀를 찾아서
27. 불멸의 사랑
28. 몽화
29. 식물 증후군
30. 어떤 감정이 마음에 드나요?
31. 승승장구
32. 널 잡고 말겠어!
33. 석양 속의 칩거
34. 위험한 우정
35. 다시 떠오르는 태양
36. 굿바이, 토미
37. 희망육아원의 시체들
38. 조나단 스미스 박사
39. 비밀의 칩
40. 환생
41. 문(門)
42. 추락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