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運命)은 초절대적인 힘이다. 인간이 세상에 나올 때 인간에게 따라붙는 게 운명이라 하는 이도 있지만 어쩌면 인간보다 세상에 먼저 나와 미숙한 인간을 기다리는 게 운명일지도 모른다. 인간이 제각기 다른 운명의 선로(線路)에 들어서면 절대 그곳을 벗어나지 못하고 마지막까지 함께하는 것을 우리는 ‘삶’이라 한다.
소설 「운명이라함」은 운명에게 의식을 불어넣어 마치 인간처럼 형상화시켰다. 자아를 형성한 지상(地上)의 인간이 오직 천명(天命)밖에 모르는 완벽한 운명에게 반항하고, 싸우며 서로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어 나간다. 수많은 업(業)의 시련과 소용돌이치는 운명의 냉대 속에 고뇌하는 주인공은 현상계와 실재계를 넘나들며 서서히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된다.
세월이 흘러 황혼의 끝자락에 선 주인공은 지금 이 순간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만큼 소중한 선물은 없다는 걸 깨닫는다. 「운명이라함」은 순수한 고뇌와 오롯이 정성을 다하는 마음, 맑은 땀방울과 거룩한 헌신이야말로 운명의 성장에 가장 소중한 자양분이 된다는 걸 리얼하게 묘사하여 하나하나 풀어헤친다.
- “네가 나를 싫어해도…… 한번 맺은 운명은 바꿀 수 없다. 너는 모호한 사랑을 얘기하지만, 나는 매 순간 무엇이 최선인가를 생각한다. 네가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고 행복에 젖어들 때, 나는 이 삶이 끝난 마지막을 준비해야만 한다. 진짜 약속을 저버리는 건 내가 아니라 바로 네다.”
- “육신을 가진 시간이 기껏 해봐야 얼마나 된다고 그걸 참지 못하는가. 몸이 자네 것도 아니고, 세상이 자네 것도 아닌데, 잠시 빌려줬으면 감사한 마음을 갖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깊이 생각해 보게. 세상 모든 것, 하물며 몸조차도 자네 것이 아니지만 오직 운명만이 자네를 위해서 존재한다는 걸 명심하시게.”
- “인간이 쌓아 놓은 재물은 반드시 마(魔)가 함께 서렸습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필요 이상의 재물을 물려주면 마귀는 자식들에게 달라붙어 인간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것들을 갉아먹습니다. 용기와 인내, 열정과 성실, 감사와 사랑, 그리고 양심이 사라지면 제아무리 많은 재물과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더라도 행복하지 않을뿐더러 진정한 삶의 가치를 느끼지 못합니다. 지금 과인 앞에 있는 늙은 왕처럼 말이지요.”
- “이 삶에 쉬이 길들어 안주하고, 그 삶 속에서 일신의 안위를 위해 살아가는 것, 잠이 들었어도 잠든 줄 모르는 이들끼리 서로 잠꼬대를 하며 타성에 젖어 살지. 칼파 왕! 현실에 잠들어서는 안 되네. 반드시 깨어 있어야만 하네. 달콤한 잠에 빠져드는 순간 운명은 헐벗고 굶주린다는 걸 잊지 마시게.”
- 본문 중에서 -
- 머리말
- 운명의 손길
- 진정한 가치
- 피상의 행복
- 티아기나
- 운명을 치다
- 타인의 운명
- 카르마의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