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많은 시가 있고 꽃이 있다. 혹자는 그들의 가치를 평하며 좋은 꽃과 나쁜 꽃을 가려내기도 한다.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집에서 기르고 싶은 마음이 피어오르게 하는 꽃이 좋은 꽃을 것이고, 호박꽃같이 볼품없고 발로 밟아 버리고 싶은 꽃이 나쁜 꽃일 것이다. 그러나 ‘나쁜’이라는 말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다른 가치’를 숨기고 있기도 하다. 호박꽃 같은 시를 이 책에서 만나 보기 바란다.
깽비리는 왜소하고 하잘것없는 사람을 얕잡아 부르는 말이다. 저자 전병무는 스스로의 자호를 깽비리라 삼고, 스스로의 시를 몽당붓으로 쓴 호박꽃 같은 시라 칭한다. 그러나 힘 있고 거칠기도 하지만 때로는 부드러운 검은 먹선들은 몽당붓에서 피어나오기 마련이다. 하얀 때깔을 자랑하는 붓이 몽당붓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먹물을 몸에 적신 채 흰 화선지를 거쳐 갔을까. 《호박꽃을 닮은 시》는 몽당붓에서 떨어져 나온 따뜻하지만 진중한 시들이 담겨 있다.
이 세상에는 수백만 종의 꽃이 있다. 땅덩이의 표면이 그야말로 심심할 뻔했는데 조물주造物主가 식물은 모두 꽃이 피게 만들어 온 강산江山을 아름답게 뒤덮어 놓았다. 만약에 꽃이 없었다면 시인詩人들이 읊을 시제가 적어 무엇을 노래해야 하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넋두리 같은 소리를 늘어놓아 봤자 재미있어 할 사람 하나도 없다. 꽃도 예쁜 꽃이 있어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집에서 기르고 좋은 분에 심어 놓고 자식보다 더 사랑하는 이도 많다. 그런데 호박꽃같이 볼품없고 발로 밟아 버리고 싶은 꽃도 있다.
내 시詩가 바로 호박꽃 같은 시다.
어떤 시인들은 어떻게 그렇게 심중心中에 깊이 숨어 있는 감정을 잘 표현했는지 읽고 또 읽어 봐도 그런 감정을 따라갈 수가 없다. 내 맘은 다 닳은 몽당붓 같으니까 아무리 노력해도 잘 써지지가 않는다. 몽당붓으로 호박꽃 같은 시를 썼으니 심심한 분들은 읽어 보고 웃을 일 없는 세상에 쓴 웃음이라도 지어 보시길….
- 머리말 중에서 -
꽃처럼 만들고파
망상
종탑에 앉은 참새
오늘이 좋은 날
썩은 고목
도시 생활
뒷동산
어른들의 탄식
마음이 아플 때
꿈을 꾸는 사람들
불행
아우성
아름다운 땅
소지품
성공과 실패
옥잠화
버러지의 꿈
병실
외로운 무덤
매미의 노래
죽이 맞는 친구
모르는 사람끼리
과거
독도
별빛도 없는 하늘
풍선만도 못한 달
사랑놀이
내 방이 어디야
등산
여행
싸우지 맙시다
세월
옛날 옛적 얘기
속으론 웃었다
손두부
갈매기의 소원
시험
자식
잘 쉬었다 갑니다
고추잠자리
보이지 않는 손짓
새처럼
기을 길
날마다 새로 태어나기
대금
가을의 노래
궁금한 것들
불공평
천천히 가자
농사를 시작하던 시절
오누이처럼
쓸쓸한 길
이웃이 누구인가
착하게 살고 싶은 날
쌀밥
호박꽃을 닮은 시
우리 집에 경사 났네
미소를 띨 때가 아름다워
마음이 따듯한 사람
가을의 묻자락에서 서서
마술을 부리는 술
외롭게 혼자 사는 게 인생
세상에 볼 게 뭐 있어
사람이 제일 둔해
사랑이 뭐지
내 마음
발바닥
눈치 없는 나
노을빛을 사랑하는 새
마음 털기
소심한 사람들이 일꾼이다
어머니의 손길
울지 말고 살자
먹을 게 걱정 없는 새들
꽃神들이 떠난 가을
새끼 똥을 먹는 새
오늘은 덤으로 산다
매미 친구
부끄러운 얼굴
거짓말
넋두리
미래를 좀 내다 보자
예술이라고
2000년대 사람들
경험
눈물의 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