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들은 뜬 삶임을 알면서도 씨를 맺는다. 섭리를 거스를 수 없음인가?

녀석이 영그는 모습을 어디까지 지켜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 품세 없는 책 한 권을 통해서나마 할아비의 그늘을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 해가 또 저문다.

쓰기 싫은 모자 뒤집어 쓰듯,

나이 한 살을 다시 알사탕 우리듯 녹여 먹고

나는 햇살에 바랜 나뭇잎처럼 또 한 차례 무상의 외로움에 떤다.

마지막 남은 12월이 차표를 사 들고 서 있다.

또 가는 것이다. 12월이...

나는 마른 앞 뒹구는 길모퉁이에 서서 그와 다시 악수를 나눈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빈손이었다.

이젠 부끄러워 다시 보잔 소리도 못한다.

- 본문 중에서

1. 序 / 008

2. 풀 이야기 / 009

3. 동삿골의 신화神話 / 163

4. 난간에서 / 177

5. 어느 설일雪日 / 197

6. 국화菊花옆에서 / 209

7. 동해東海의 일몰日沒엔 해가 없다 / 219

8. 신약시대新約時代 / 239

9. 강물 밤 지나기 / 291

10. 도시都市에 사는 개동지빠귀 / 308

11. 그들은 왜 엠마오로 갔는가 / 333

12. 바다 날씨 / 346

13. 율도국律道國 / 3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