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는 미혼 시절 당세 최고의 여류문학가분들과 깊은 교분을 나누셨고, 그로 인해 당신 스스로도 문학에 깊은 조예를 지니게 되셨다. 그러면서도 누나와 나를 키우시는 데 전념하시느라 당신의 글을 거의 쓰시지 못하셨던 것이 지금도 큰 아쉬움으로 남는 것 같다.

이 책에 실린 어머니께서 쓰신 동시(童詩)들은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누나와 내게 들려주셨던 시들 중에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것들을 모은 것이다. 내 기억에는 훨씬 더 많은 작품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세월의 무심함 속에 대부분 분실된 것 같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이 정도라도 남아 있는 것에 무척이나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

어머니께 받은 수많은 은혜에 대해 이번 책 편집을 통해 미약하나마 보은이 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너무 어리석은 것 아닌지 모르겠다. 사실 어머니의 은혜는 내가 평생을 갚아도 갚을 수 없는 것이고, 그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서 갚는다고 해도 역시 갚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내 30세 이후의 삶은 어머니로부터 받은 “덧”이라고 생각하고 남은 인생은 어머니의 은혜에 평생 감사해하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