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저쪽’은 다른 작품보다 애증을 느끼게 한다. 이 작품은 처음에 구상할 때는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를 담고 싶었는데 이야기 따라 자꾸 쓰다 보니 이야기가 길어져 중편소설이 되어버렸다. 내가 퍽이나 어려운 글쓰기 환경에서 정말 어렵게 찾은 그곳을, 내가 꼭 보고 싶은 그곳을 찾은 것처럼, 정말 소중한 것을 찾은 것처럼 기뻤다.
그리고 ‘마당’, ‘운동장’, ‘미로를 걷다’는 어린 날 성장하면서 느낀 성장소설이다. 호기심 많은 어린 날은 행복했다. 그 많은 호기심을 찾아 나서는 일은 분명 행복한 나날이었을 것이다. 호기심 앞에 불행은 없다. 호기심은 불행조차도 호기심의 대상이 될 테니까 말이다.
‘8인의 장이’, ‘여자투사’, ‘할 수만 있다면 하고 싶지’는 노동현장에서 일어나는 노동소설이다. 기계를 제작하고,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동조합장을 선출하는 이야기들이다.
글쓰기는 그 작가의 속내를 털어놓은 작업에 속하므로 언제나 많이 부끄럽다. 그러나 글쓰기 작업은 한 인생에 있어서 순수하고 맑은 시간에만 이루어지는 인생의 로열젤리 같은 것이므로 즐거운 마음으로 읽히길 바라는 마음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정말 예쁜 애였다. 나는 순간적으로 창피한 것도 잊고, 여학생의 예쁜 매력에 빠져들고 말았다. 지금 저 깔끔한 스타일은 오드리헵번과 똑같고, 장차 더 성숙하면 정열적인 소피아로렌으로 발전할 것 같았다. 바로 나의 전형적인 이상형이었다. 나는 갑자기 너무 좋아서, 이거 웬 떡이냐? 호박이 넝쿨째 우리 집에 굴러 들어왔구나 하고 생각하는 순간, 잠깐 밖에 나가서 ‘아아아~’ 하면 타잔처럼 목청껏 소리라도 한번 찌르고 와야 할 것 같았다. 아니면 산 정상에 오르면 즐겨 부르는 ‘야호!’ 하고 크게 외치고 다시 마주 앉아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분명 바래도 나와 같이 있으면 행복할 것이다.
- 본문 ‘상상의 저쪽’ 中
책을 내면서
상상의 저쪽
운동장
마당
미로를 걷다
8인의 장이
여자투사
할 수만 있다면 하고 싶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