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당시 조선왕조실록과 태조어진의 이안과 보존과정을 자유로운 상상과 서정성 짙은 문체로 그려낸 역사소설.

『몽진』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왕조실록(實錄)을 보관하던 춘추관(春秋館)과 충주사고(史庫), 성주사고(史庫)가 병화로 소실 된 후 유일하게 남은 전주사고(史庫)의 실록과 어진(御眞)의 이안과 보존 과정을 자유로운 상상과 서정성 짙은 문체로 그려 낸 역사소설이다.

당시 조선은 왜적의 침입에 맞서 백성을 보호하고 실록을 지켜낼 능력이 없었다. 즉, 1592년 4월 부산포로 쳐들어 온 왜적의 선봉대는 채 2개월도 못 되어 한양을 점령하는 등 전 국토를 유린하였으며, 결국 선조와 세자는 평양으로 피란하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초야(草野)에 묻혀 살던 이름 없는 어떤 사람들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전쟁터로 달려갔고, 또 어떤 이름 없는 사람들은 실록과 어진을 지키기 위해 전주 사고로 달려갔으며 수백 일 동안 산중에서 그것을 지켜냈던 것이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임진왜란 당시 실록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이름 없는 사람들의 헌신과 희생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인물 위주의 소설 아니다. 이 소설은 실록의 이안과 보존 과정에 창작의 무게 중심이 있다. 그 과정에서 헌신한 이들의 숨은 노력과 희생이 드러나도록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조선왕조실록을 접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국가를 위해 개인을 희생했던 이름 없는 사람들의 숨은 노력 덕분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는 이 소설은 국가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외적의 침입 앞에 국가가 백성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인가? 국가가 백성을 보호해 주지 못한다면 백성들로부터 세금이나 강탈하는 도적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

장마가 시작되려는 모양이었다. 축시 초쯤부터였을까. 몇 방울씩 점점이 들리던 비 듣는 소리가 동재 옆 대나무 숲에 제법 잦아졌다. 소리는 같지 않았지만 이따금씩 바람이 불 때마다 마른 댓잎들이 서로 부딪히며 내는 소리와, 두려움은 다르지 않았다. 마치 멀지 않은 곳에서 겹겹이 에워싼 적병들이 소리로 위압하며 기회를 보다가 한꺼번에 밀어닥치듯이, 한참씩 허공에 머물며 공포 속으로 몰아넣다가 갑자기 쏟아져 내려 세상 저쪽과 이쪽을 차단하며 끝내 가슴속으로 파고드는 아우성 같은 소리. 

-본문 중에서-

몽진

작가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