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남들과 똑같이 먹고 자고 놀았다.
그러나 내게 남은 것은 이 한 권의 시집이다.”
나는 처음부터 문학의 길을 간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인용문과도 같이 살다 보니 가슴에 울혈이랄까 하는 게 자꾸 생기고 세상살이의 회한이 나를 끄적이게 만들어 이를 시로 수필로 써온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타인에게 의미가 있건 없건 ‘나 김동철’이라고 명명된 인간에게 생명으로 주어진 제한된 시간 속에서 ‘어떻게 생각하며 살았는가?’ 하는 보고서는 반드시 묶고 가야 할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삶은 시간 속에서만 존재한다’라는 당연한 말이 나이 드니 정말 옳은 말이구나를 실감합니다. 주어진 시간을 행복으로 채워 가는지 불행으로 채워 가는지는 각자에게 달렸다는 천둥소리와 함께 말입니다.
그러한 이유로 이번에는 첫 시집 상재 분을 제외한 그동안 써 놓았던 해묵은 시와 수필을 묶으며 뒤에 가필이 있더라도 가능하면 처음 생각했던 당시의 연월일을 표기하기로 하고 다른 시집들과 다르게 작성일 순으로 배열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처음 기록하고자 했던 당시의 생생한 느낌을 간직하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또한 그것은 나라는 한 개인이 급변하는 세상에 대해 기록하고 응전한 역사성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작품집 『나는 지금도 가끔 마법의 주문을 부른다』는 1988년인 36세부터 2018년 66세까지 30년간의 자신의 서사를 방향성 있게 압축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시와 수필로 집약시킨 자서전으로서의 특성도 보여준다. 이처럼 그의 시와 수필은 성장과정에서 접응된 정신적 깨달음에 대한 전언이며 사실적 당위성과 역사적 의미를 새기려 한 생의 결산과 결의를 드러낸다.
그는 지난 과거의 순간은 회귀할 수 없고 전환할 수 없기 때문에 존귀하다고 말한다. 과거는 언제나 기억의 한 순간으로 정해진 자리에 존재한다. 그 자리는 언제고 기억을 통해서 갈 수 있지만 어떤 의지로도 변환할 수 없는 것이다.
김동철은 생의 무수한 전환기에 고정된 사유의 틀을 분쇄하고 변화하기를 마다하지 않은 시인이다. 그러면서 생의 변환기마다 “과거의 생각과 느낌을 기록한 시와 수필이 자신의 정신세계와 실제 삶에 가깝지 않을까요?”라며 긍정적인 의문을 제기하려 한다. 생의 변곡점마다 남긴 솔직담백한 그의 시와 수필이 그 자신에게 소중한 유산이 되는 이유다. 이러한 그의 고백에 우리는 적극적인 동의를 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의 실증적 고변이 바로 동일한 시대를 경험해온 동일한 세대, 그 정신세계의 진행과정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詩]
1. 序詩
삶
묘비명
어머니 1
어머니 2
삼거리의 悲歌
쾌지나칭칭나네
2. 1988년~1994년(36세~42세)
친구와 만나
아이에게 사람 人을
德川에 하강하다<시조>
신문을 보며
道德山에 올라
성공회 성당(聖公會 聖堂)
부부싸움
興仁之門 동대문
그때 난 빌라도였네
無題
어느 청년노동자의 삶과 죽음을 읽고
만원 전철 풍경
달동네
세무 공무원
문을 잠그다
88 서울풍경
빈 아이 방
예성이
한강물
세무공무원의 친절 강요에<시조>
신림동 산동네에 주택을 마련하고
현실
낙선 벽보
반 문명 3수<시조>
순수(純粹)
정과 동(靜과 動)
한 떨기 꽃이 되어
고향길
거북처럼
권태
3. 1995년~1999년(43세~47세)
만년필을 사고<시조>
사모(思慕)
바람여행
학생부군신위(學生府君神位)<시조>
봄비
행복을 짓자
레이
통도사 부처님<시조>
제 눈에 안경이여!
혈투(血鬪)
선(線) 1
선(線) 2
밤에 우는 매미소리에
모르겠어
탕평비<시조>
詩에게
세심동 개심사(洗心洞 開心寺)<시조>
여치집
악령(惡靈)
달에
늦가을 비 내림
꽃상여
가을비 1
가을비 2
추석 휴일 하루 전
아카시아나무
두 나무 이야기
나 죽은 뒤 나를 묻는 이여
어! 합계가 무엇이더라?
평토제(平土祭)
타인의 방
파란 하늘은 위험하다
바위
별이 문득 알다
길의 보수공사는 이렇게
서울의 눈
행복이 별건가
4. 2000년~2004년(48세~52세)
반야봉(般若峰) 등산
雨中
면접을 하며 문득
배나들 논
우리 소
낚시
한 줌 바람과 새털구름뿐
오늘 비는 어제 비
5. 2005년~2009년(53세~57세)
더불어야 더욱 빛난다
쓴다
이래야 시를
자전거를 타고 석문방조제를
철새와 詩
수덕사 기행
삼성산 성지
가을이 오면 나무는
참성단(塹城亶)
늦바람
어느 샐러리맨
예비숙녀 우리 예성
겨울 산 1
길수 형님│
부순이네 집
옥순이네 집
관악산 겨울산행
망석골 과수원
상처
뒷동산
순수의 빛
내 詩 안에 하느님 살아계실까?
2월의 눈
文殊山城에 올라
老年의 위로
성님이 생겼어
개나리
감동으로
이모님
무창포 해변에서
정화수로 피어나다
채물댁
가라! 꽃들아!
사쿠라와 벚꽃이란 말
봄, 그 생명의 약동
부활절에
목련
사랑은 바람으로도 열매를 맺는다
종남이
나무의 신심을
5월, 산들의 나이
사철나무
아카시아
보람<시조>
흔들리다
입추(立秋)
고창고성(高敞古城)에서
화염산(火焰山)에서
땡처리라도 잘해보려고
아내의 손을 가슴에 얹고
우리는 먹고 배만 두드리면 된다
마음의 신호등
늙어감
액자 누님
귀신 떼어 내기
행복한 지렁이
턱
술단지와 똥단지
새순 돋을 때
앵두나무<시조>
끌끌 찬다
어느 살인자를 위한 기도
껍질을 위한 옹호
犬公 일기 1
犬公 일기 2
犬公 일기 3
犬公 일기 4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고구마
내가 사랑한 목소리
노년의 얼굴
세탁 중
깨금발로부터
나이아가라 폭포
아버지 냄새
공갈 껌을 물리다
산 뒤에 광배가
계단
그것도 생각
마지막 달에야 왜?
내가 시를 쓴다는 것
금융위기
그리움이 그리움에게 인사할 때
나무의 마음은
개미의 독후감
큰 쥐 나타나다
선택의 고리들
나무꾼과 선녀 그 뒷이야기
일회용 종이컵의 자위(自慰)
내비(navigation)세상
봄을 견디다
나무의 코
거꾸로 흐르는강
탈만 남아 굴러다닐
사색이 되어 뛰어가야
새엄마 생기다
모터와 재벌
언뜻 틈이 벌어질 때 처음 보았던
나는 지금도 가끔 마법의 주문을 부른다
피서(避暑)가 피서(避暑) 가다가
사랑 그 절박함
시여, 나의 씨여!
페테르브르그에서
혼(魂)불
건물, 그 사람
재미를 찾아 떠나다
亡友
얼굴 알아보기
불임들의 악수
탑 쌓기
물, 물을 줘야지
어떤 사랑
네가 어디에 속하건
기록 중
저걸 칼로 찔러 봐
나의 발이여! 아내여!
거울이 되어 비춰오고 있다
우리 모두 한 가족
냉장고 그 여인
내 눈물 한 방울이 초라하다
흙에게 절하다
앉아 있던 노래가 벌떡 일어서다
명함 1
재생지 상자되기까지
같은 생명인데
강이 키운 몸
근원을 살피다
열반을 경험하다
우리 사는 게 몽땅 들어간 돌, 쑥돌
하늘흔적
6. 2010년~2014년(58세~62세)
명함 2
짝퉁 생각의 원산지 표기는
아내의 수술을 지키며
흔적도 온기가 필요하다
원형(原形)
중심에서 비워지다
연아야!
2월, 청춘
눈꽃, 3월
천생연분(天生緣分)
변한 것 없이 변해버린
갇히다
기억하자
그런 것 같아서
나에게
2010년, 봄
다람쥐목탁
이상한 버릇이 생기다
십여 년 뒤? 걸려올
밟혀버린 꿈
살처분(殺處分)
노숙자
복권 당첨
앵두나무를 보니 보인다
신입사원 J에게
나는 내가 그립다
바람의 언저리
대책
욕망의 흔적은 오히려 향기롭다
고학력 실업자<시조>
진실과 고통은 동의어이다
동물농장에서
출렁이는 내 마음은 어디로부터 오는가
지상에 숟가락 하나
오늘이 백로 백로 백로
나이테를 보며
지갑의 가출이유서
오늘 날씨의 이유
비극 1막 1장
하느님의 걱정
망월암 가는 버스정류장
태풍에 뿌리 뽑히다
고양이는 믿는 구석이라도 있다
석모도 가을<시조>
공제선 아래로
돌고 도는
며칠째 밤을 새웠다고요?
이산가족 상봉
잠이 잘 온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옷
나를 버려두는 버릇이
배나들 수렁논
나무계단
호떡집 아줌마는 천하장사다
깨다
그 옆에서 코를 골고 싶다
자, 얼른
힙합을 위하여
너의 자라던 때를 생각하면
방안퉁소
행운의 주사위
바로 그런 날들이기를
세밑 풍경
고물의 재탄생
어두일미(魚頭一味)?
불수호난행(不須胡亂行)을 변호함
꿈마저 밖으로 내쫓기고
말갛다
문제는 중심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
지하철 안 연극 세트 하나
시의 무게 때문에
풀무 돌리기
詩란 유리와 같이
지진 이후
핫팩을 배에 두르고
누락된 상속신고
서글픈 아름다움
한때는 전설이었던
청산도 아리랑
스펙 쌓기
바람과 공기 사이
살아 있는 문신
메아리와 화양연화(花樣年華)
분명한 이유
논두렁 밭두렁을 심다
망중한(忙中閑)
굴신왕래(屈身往來)가 귀신에 홀려
어떤 바보의 사랑
어떤 숙명
추석을 맞으며
괜찮다, 다 괜찮다
이 가을엔
조약돌처럼
코스모스 증인
빗물로 온 친구여
비누같이
마지막 그를 빨다
비닐봉투
프란치스코 아저씨
결
아서라
신발에 얹혀살다
배도 고프고 배도 아프고
아픔
내게도 이런 때가
그러므로 사랑도 죄이다
하느님의 젖이
제습기 1
제습기 2
크윽
결과 주름
낀 세대
난 지금 운전 중
내 몸의 어디로부터
아내의 랄랄라
‘졸라’라고?
속도와 가속도
화(禍)
나라는 나의 시집에 부쳐
똥강아지처럼
나도 문득 벌이 되어
룸비니에서
7. 2015년~2018년(63세~66세)
나를 찾아 헤매다
사월, 저 웃음의 힘으로
우러르자
그릇
이사
그리움 그놈 참
시집이 시집가다
꼬리가 잘릴 땐 악 소리가 난다
봄비 되거라
벚꽃과 카톡
너의 탓은 아니야
아직도
소금
파도
참말로 겁나부러네
지렁이가 지렁이가 달빛 따라
山寺에서
증도에서 우리는
DNA의 승리
그렇게
유령 청문회에 부쳐
지하철 유리창에 쓰인 시
갇혀 있는 촛불에서 열린 촛불로
봄아
선거하러 가는 길에서
벚나무와 쥐
발가락양말
비님이 오신다
잠자리
가슴속의 눈
그렇다
안면(安眠)
노인 꽃
안개 스모그 미세먼지
양띠와 염소띠
아니, 떼 꽃이?
분리수거
고무줄놀이
대명항 손돌목에서
공중그네
시간이 나를 조종할 때
땀 흘리는 에어컨
말뚝
사랑은 아무나 하나
손톱을 깎다가
밤, 밤
코스모스, cosmos
그대와 나
[隨筆]
껍데기에 대한 단상
나의 옛 고향
아버지께서 남긴 유산
진정한 사랑
조계산에 올라
2000년을 맞으며
삶과 그 보람에 대한 명상
文化를 感想하는 마음
내가 쓰는 시의 律格에 대하여
비교됨의 고통에 대하여
흙의 德에 대하여
호롱불
우리 집 쥐 이야기
배롱나무
낙엽을 쓸며
땔나무 유감
벽을 옭아매는 방법
기형도의 시 「안개」를 읽고
나희덕의 시집 『그곳이 멀지 않다』를 읽고
친구 대봉아
등단 소감문
얼음 창고의 추억
弔車文
나의 인도여행 후기
복구
반쪽이 이야기
제네바 통신
이사
허공에 피는 꽃
틀려와 달라
마늘 까기
소소한 행복
연
<해설> 멈출 수 없는 향상일로向上一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