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는 안정을 찾을 보금자리가 없었다.
나한테는 안정을 찾을 보금자리가 없었다. 어릴 적에 가장 오래 기거한 곳은 박 씨 할아버지 집이었지만, 막내 고모인 꼴뚜기의 괴롭힘에 매일을 시달렸다. 꼴뚜기가 아무리 고모라고 해봤자 고작 다섯 살 차이고, 피차 철부지였다. 그런데 꼴뚜기는 나에게 그렇게 고모 노릇을 못해서 안달이었다. 서울에 일하러 올라간 아버지가 한 번씩 나와 언니를 데리고 서울로 올라가면, 다 큰 어른도 감당하기 힘들 괴롭힘이 이어졌다. 꼴뚜기는 할머니가 안 계시는 틈을 타서 나와 언니를 때렸다. 할머니가 학교 가서 먹으라고 싸준 도시락을 몰래 빼앗아 먹고, 인천에 있는 아버지가 나랑 언니 입으라고 시골집으로 옷가지를 보내주면 내가 팔을 꿰어보기도 전에 먼저 가져가서 입고 그랬다. 그 모든 것이 당연하게 이루어졌다.
늘 안정감을 느끼려 할 때쯤 뜻밖의 풍파가 찾아왔었다. 옛날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들이 ‘너무 행복해서 이 행복이 깨질까 봐 눈물이 난다’며 훌쩍이는 장면이 나오는 것을 더러 청승맞다고 조롱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는데, 나는 그 감정을 십분 이해한다. 이젠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도 않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별의별 일에 다 휘말렸었다. 비로소 평온한 일상을 지내오고 있지만, 또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는 모르는 일이다. 걱정해봤자 달라질 것 없으니 그냥 하루를 잘 살아냈다는 것에 만족하며 살아가려 한다.
- 본문 중에서
시골집: 유년 시절
이사: 유년 시절
애정전선: 20대 이야기
갈등: 20대 이야기
핏줄: 언니 이야기
기회: 2년 뒤 언니와 재회한 이야기
아버지: 아버지와 언니 이야기
남편
이혼: 남편과 헤어진 이야기
맑은 물: 아픈 언니 이야기
고름: 언니가 죽고 난 이후
조연: 나를 스쳐 간 사람들
꼴뚜기: 박 씨 할아버지 자식들(연순 위주) 이야기
수장: 가게 운영 이야기
현재 이야기 1
현재 이야기 2: 끝자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