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본명 이성준) 시인이 등단 20년 만에 처음 펴낸 창작 시집이다.
일흔다섯(75) 편의 작품 속에 투박한 듯 그러나 섬세한 정서의 이중주가 담뿍하다. 바람 속에 알몸으로 서서 영혼을 정갈하게 씻어내듯이 세상을 정직하게 바라보려는 그의 무구한 눈빛이 따뜻하다. 이영의 작품에는 세상 사람들을 향한 순수한 인정과 함께, 휴머니즘을 끝내 놓지 않으려는 노력이 녹아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듣고 보고 느꼈을 법한, 인생의 매듭에서 돋아난 새싹들과 낙엽들을 잠깐이나마 함께 돌아보게 만든다. 아침 산책길에 문득 만난 습습한 바람처럼 생각을 잠시 멈추게 하는 작품집이다.
이영의 시에는 유독 아픔, 통증 같은 단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의 문학은 누군가 겪었거나, 겪고 있는 인생의 아픔과 고통을 툭툭 건드리며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거침없이 스케치해낸다.
이영의 작품 속에는 순수를 지키고자 노력하면서도 구속을 싫어하는 자유인으로서의 갈망이 혼재한다. 투박한 듯 그러나 섬세한 정서의 이중주가 담뿍하다. 하지만 그는 결코 평범한 일상에 안주하고자 하지는 않는다. 자신에게 정직하기 위해서 감행하는 일탈과 모험을 통해서 그는 인생의 깊은 진실을 향해 조금 더 다가서려고 노력할 줄도 아는 문인이다.
이영의 시를 읽으면서 많은 사람이 치유의 시간을 갖기를 기대한다. 고통과 희열을 정직하게 맞이하는 일이 영혼의 정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새로운 지혜도 터득하게 되기를 바란다. 시인들이 사랑의 마음으로 시를 지어내듯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 안온한 마음으로 시를 읽고 문학을 사랑하게 되길 소망한다.
- 안휘(소설가·평론가)
시인의 말
제1장 작은 것들을 위한 기도
신발의 행보
그대가 그렇다
그녀가 내게로 왔다
겨울 문답법
작은 것들을 위한 기도
운동화는 아프다
고기리의 여름밤
나는, 내가 어디에
초록 낱말
서핑
그냥 그랬어
뒷걸음질 치지 않기
휴일을 찍다
구월의 형벌
말하다 기억하다
제2장 통증을 삼키다
탯줄에 감기다
빛의 굴절
엄마의 호야불
코스모스 피기까지
기침이 날 때면, 구름 속의 새가 되어
통증을 삼키다
타인의 계절
새벽, 바다
이러하듯이 길들어
기억이란 제멋대로다
너에게로 가는 날
강물 속에서 가을을 건지다
작은 이름으로
평행의 거리
아담의 역사
제3장 욕망의 질주
네게로 가는 마음
오늘
타전하다
애증 법칙
그곳은 지금 어디인가요
아침의 초상
어느 날 질문
기별
숲의 길
인연
욕망의 질주
고여 있는 오늘
심해, 용궁
상처들의 대화
연민의 시간
제4장 겨울 지나 봄
아집
46. 어느 여자 이야기
시간 산책
새벽 강가에서
단풍
들꽃
독백
방황일기
촌놈 도시 물들이기
자아도취
겨울 지나 봄
하늘바라기
메신저 이분법
지금은 낙엽의 시간
제5장 바람이 기억하는 노래
나는 너의 섬
퇴행, 뒤끝
그 꽃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
바람이 기억하는 노래
시월의 꿈
원산도 바라기
베짱이의 꿈
바람이 버린 말
등대섬
오후의 시간
안개
마법의 사우나
길
갈대의 뜨락
아카시아
연민
[해설-이영 시인의 작품세계] 인생의 진실 툭툭 건드리는 거침없는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