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 고요해질 때
이토록 고요할 순 없으리라
갈대숲에 내려앉는 함박눈처럼
탈색의 풍경 겨울 속 헤치고
가늠하기 어려운 심연과
긴 강을 건너올 수 없었다면
만약 내가
우렛소리로 흐르는 깊은 계곡
폭포의 기백으로 푸르른 그대에게
솟구치는 잉어처럼 몸부림쳤다면
퍼붓는 빗속에서
허수아비처럼
살이 뚫리며
서서 버틸 수 없었다면
노도에 휩쓸리던 우리 사랑
잘린 도마뱀의 꼬리처럼 식어
이토록 고요할 순 없으리라
저자의 말
시(문학)는 누구나 공감하고 나누어지기를 바라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시를 읽었을 때 독자의 마음에 울림이 있는가.
글 속에 담겨진 시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열린 마음으로
작품을 읽으면 작가의 마음이 파동처럼 전달되어오는 감동을 받게 될 것이다.
머리로가 아니라 가슴으로.
일 분만이라도
엄마가 일 분만이라도 살아오시면
내 가슴 그 시간 뻥튀기 기계 되어
그 넋을 안고 뜨겁게 구르다가
우리 마당 햇살 뛰노는 꽃밭 위에
사뿐히 풀어드릴 테야
행복했던 시절 분수처럼 솟구쳐
난만하게 흐드러지던 웃음소리
당신의 식은 가슴을 다시 데우고
추억에 벅차 차마 돌아설 수 없게
나, 그 손을 꼬옥 잡고
바다처럼 깊어진 내 안의 우물에서
술이 되게 익어버린 말들을
잘방잘방 별 담아 달 담아 길어 올려
당신 치마폭에 넘치도록 부으면
내 고요한 그리움에 고인
다디단 서러움에 취해
다시는 떠나실 일을 잊고
그 일 분으로 내 평생 함께 머무시게
서시: 시간을 싣고 달리는 말
너희를 보내며
나무 안에 사는 나무
일 분 만이라도
바다가 된 꽃들아 -진도 앞바다를 생각하며-
눈 밝은 새가 되어
매미
물풀
걸레
바람 없는 나라
여우비 뒤에 서는 무지개
꽃과 바람의 길
모기
양파
쌀 한 톨
끝없이 흐르는 마음
새벽
새들의 수채화
상수리 숲에 돌아와
말로 하는 것은
가죽 냄새 나는 낡은 지갑
국화는 어려운 누이
어레짐작
하늘에 빛 칠하는 불 그림
변곡점에 서
속내 지움
날 수 없는 새의 비상
파리
어린 풀의 날
달 속의 숲새
짝사랑 1
짝사랑 2
꽃말
오로라 꿈
맨드라미 속을 보다
단감
불영계곡 스케치
별을 향해 쓰는 시
침묵의 말
서울, 나의 별
시가 흐르는 강
결심
부표들의 중심
참 소소한 기적
사랑초
시의 탄생
개미의 길
내 안의 호수
새벽으로부터
백로에게
화성의 깃발
파랑새의 날들
씨디 플레이어 같은 대합실
먼지처럼
새장 속 여린 새
땅과 하늘 사이 흰 강을 건너
눈 내리는 날이면 시를 쓰곤 했어
얼음 같은 마음
나뭇잎 하나
마음
슬픔이여
가지 못한 길
담쟁이 넋
계절 앞에서
윤슬 같은
가방에 담긴……
믿고 싶은 것
시의 실종
바람 난 우산
바다를 꿈꿈
겨울이 지나가는 마음
내 어머니 사랑의 이력
새벽에 편지를 쓰리
새들의 마을
서울은 바다
흑심
너에게
가랑잎 살이
서해의 밤
새가 나는 건
겨울 장미
길
겨울 바다 소묘
낯선 도시의 갈매기
아기별꽃
나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