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애숙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애닯구나, 잊혀진다는 것은」은 작품마다 색다른 실험이 시도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고무적이다. 왕성한 창작열에 지적 탐험 욕망을 함께 지닌 은 작가가 실험정신이라는 필수 덕목까지 장착했으니 미더운 소설가로서 날로 자리매김해가고 있음이 역력하다.
「애닯구나, 잊혀진다는 것은」에는 은애숙 저자의 체험과 환상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저자가 추구하는 문학은 내재된 슬픔과 이 슬픔을 응시하는 체험, 달랠 수 없고 위로되지 않는 슬픔의 체험,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의 체험이 여과되고 정돈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 은애숙 저자만의 문학적 상상력, 작품을 끌어나가는 힘, 작가적 관조 등이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시인이자 소설가·수필가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로부터 문학적 깨우침을 얻은 탓에 은애숙의 작풍은 지성의 심연을 유영하는 ‘환상적 사실주의’ 형식을 많이 따르고 있습니다. 그런 흐름은 지난 첫 번째 소설집 「마리아의 환상 사용법」에 이어 두 번째 소설집에도 꾸준히 이어집니다.
그러나 은애숙의 소설들은 리얼리즘의 영역도 허투루 흘려넘기지 않고 섭렵하고 있습니다. 작가 알레산드로 만초니처럼 생생한 이야기를, 우리가 망각한 지나간 역사와 오래전 대지와 성벽 속으로 사라진 사람들의 목소리와 갈망을 작품으로 살려내고 싶다는 저자의 바람은 그대로 작품 안에 투영되어 하나하나의 중편, 단편들이 각자의 빛을 지닌 채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하나의 이야깃거리, 혹은 주제가 어느 작가만의 독특한 문학적 상상력과 합쳐질 때 이토록 찬란하고 생생한 이야기들로 탄생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애닯구나, 잊혀진다는 것은」을 통해 은애숙 저자가 지닌 작가로서의 힘, 경험과 사색, 지적 탐험을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중편
01. 애닯구나, 잊혀진다는 것은
02. 기다림
단편
03. 낙원의 새마음운동
04. 내 안의 호수
05. 떼소로 미오
06. 아득한 꿈
07. 진혼의 노래
작품해설
안 휘(소설가/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