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찰 장식에는 그것들이 배치된 이유가 있다. 바람을 맞이하며 맑은 소리를 내는 풍경종에도, 지극한 글솜씨로 수놓은 사찰 현판에도 우리가 알지 못했던 숨은 의미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화려하지만 가볍지 않은 사찰의 장식에 붓다의 싸인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그것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또 우리의 마음은 어떻게 작용하는지 저자 김종걸의 그윽한 생각을 《붓다의 싸인》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뿌리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불교는 우리의 삶에 가까이 녹아들어 있다. 유명 사찰이라 하는 곳들은 한 번쯤 꼭 들어보기 마련이고, 유적지나 문화유산을 품고 있는 곳도 적잖이 많다. 무더운 여름과 살을 에는 겨울을 보내고 날이 좋아졌다 하면, 어느 사찰을 찾아가 느지막히 걸어 보기도 한다. 그러나 사찰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는가. 절로 들어가는 길에서 우리를 맞이하는 세월의 무게로 기울어진 소나무와 시냇물은 세속의 잡스런 마음을 하나둘 내려놓게 한다. 늘 절의 한편에서 보아 왔던 탑들은 노승처럼 말이 없고 부처의 오랜 이야기를 전하며 그곳에 늘 서 있다. 그저 맑은 소리만 들려주며 우리는 반기는가 싶었던 풍경종의 물고기는 드넓은 바다를 상징했고, 법당을 배로 바꾸어 버렸다. 화려하지만 가볍지 않은 사찰의 장식에 붓다의 싸인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그것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또 우리의 마음은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제는 사찰의 장식들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아야 할 때이다.
절로 가는 길.
이리저리 굽어지고 흩어지다 다시 이어지는 길.
그 길 옆 흐르는 개울의 소리에
나는 멈추었다.
그는 가는 길에서 마주하는 돌이 둥글건, 모나건, 크건, 작건,
어떤 시비도 없다. 그저 갈 뿐이다.
개울의 길, 이것이 내림의 길, 하심의 길인가.
절로 가는 길에서 만난 그 개울의 손사랫짓도 붓다의 싸인이 된다.
- 책머리 중에서
01 길에서
1. 절로 가는 길
2. 다리
3. 당간
4. 일주문
5. 천왕문
6. 금강문
7. 불이문
02 마당에서
1. 마당
2. 탑
3. 석등
4. 노주석
5. 배례석
6. 괘불대
7. 종각
8. 법고
9. 범종
10. 목어
11. 운판
03 법당에서
1. 천불전
2. 적멸보궁
3. 대웅전
4. 아미타전
5. 약사전
6. 비로전
7. 미륵전
8. 팔상전
9. 장경각
10. 관음전
11. 지장전
12. 문수전
13. 보현전
14. 영산전
04 간절한 소망
1. 삼성각
2. 칠성각
3. 독성각
4. 산신각
5. 용왕각
05 수행자의 공간
1. 국사전, 조사당
2. 강당
3. 선방
4. 요사, 공양간
5. 해우소
06 법당과 장식
1. 법당 장식 – 외부
2. 법당 장식 – 내부
3. 사찰의 용들
4. 꽃살문
5. 귀면
6. 풍경종
07 부속 시설
1. 감로수
2. 연못
3. 퇴수통
4. 소대
5. 부도
08 소품
1. 구시
2. 윤장대
3. 법륜
4. 복전함
09 회향
1. 돌탑
2. 기와 불사
3. 소원 쪽지
4. 절에 사는 개
5. 보물찾기
맺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