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갓 쓴 토마토』는 1989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서경원 밀입북사건’의 수사 과정과 피고인들의 출옥 후 시기를 담은 책이다. 순수한 동기로 발생한 ‘국회의원 방북사건’이 야당 총재의 ‘금품 수수’라는 추문을 동반한 ‘국회간첩단 사건’으로 비약되는 과정을 소상하게 그렸다. ‘간첩조작 사건’을 서술한 책은 많다. 간첩조작의 목적과 기관이 지극히 단순한 현실에서 ‘서술 방식’의 설명은 동어 반복에 다름없을 듯하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독자를 사건 현장 속으로 빠르게 인도하는 ‘묘사 방식’의 설명이 절실하다. 그렇기에 『삿갓 쓴 토마토』는 권위주의 통치 시대 ‘간첩몰이’ 과정을 그림처럼 그려 낸 데 의미가 있다.
겨레의 가슴에 그리운 누나로 남아 있는 유관순 열사도 ‘치안유지법’을 범한 범법자로 남아 계십니다. 저는 말을 아끼겠습니다. 대신 정성헌 전 새마을운동중앙회장님께 지면의 일부를 양보하고 싶습니다.
“저는 서경원 의원과 알고 지낸 지 15년이나 되었기에 그를 잘 압니다. 그리고 이북에 가서 김일성, 허담 등과 만나서 한 얘기도 들었기에, ‘간첩’이란 말은 성립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간첩이, 이른바 반국가 단체의 수령에게 포섭된 자가 수령에게, ‘간첩 남파 중단’, ‘올림픽 참가’, ‘대남 비방 방송 중단’ 같은 것을 주장하겠습니까? 서경원 의원은 본래 ‘명랑하고 다혈질적인 농사꾼’입니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명랑하고 다혈질적인 농사꾼인 서경원’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는 통일을 열망했습니다. 몸으로라도 분단의 장벽을 깨고 싶어 했습니다. 그리고 ‘달구지를 타고 판문점을 넘어서라도’ 남북이 하나 되는 데 한몫해야겠다고 술자리에서 말하며, 「가거라 38선아」를 열창하다 눈물짓던 감상적인 사람이 서경원입니다. 그 열망이 방북을 결행하게 했습니다. 그의 죄는 ‘간첩죄’가 아니라 이북에 혼자 먼저 갔다 왔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출입국관리법’에 위반됩니다.” (1990년 2월 13일, 정성헌 항소이유서)
1989년 사건 당시 피고인 중 한 분이셨고, 또 금단의 땅을 밟은 서경원 전 의원을 저보다 열다섯 배 긴 세월 지켜보신 시점에서 정성헌 전 회장께서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하신 ‘항소이유서’ 중 일부입니다.
서 있을 곳 모를 ‘노인’이 외치고 싶은 말은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것입니다. 1988년 북한 땅을 밟은 서경원 전 의원과 함께 평양에서 사진을 촬영했던 그 시절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현재 사진 속 자신 또래의 자녀를 가진 학부형들이 되어 있을 터입니다. 안타깝고 또 고맙습니다.
책머리에 - 유관순은 아직도 유죄다
격려사 - 분단 80년을 목전에 두고
시작하며 - 베데스다 연못의 눈물
1부 거짓말 잔치
1. 안기부 지하조사실
2. 서독에 두고 온 30년
3. 실종된 7.7 선언
4. 안기부에서 쓴 각서
5. 김대중 1만 불 수수
6. 거짓말 탐지기
7. 날조된 저주, 공소장
8. 기소 하루 전, 변호인 접견
양심선언 서경원(1997년 3월)
2부 법치와 인권, 양 날개로 날고 싶다
9. 덴마크에서 날아온 영사증명서
10. 화가 차일환
11. 벼랑 위에 서다
12. 법정증인, 최영
13. 수인번호 2125
14. 재수사, 빛 좋은 개살구
15. 부러진 날개, 인권
16. 영문 밖 황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