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꺼풀 연축이라는 희귀질환과의 처절한 싸움 속에서 발견한 한줄기 광명, 매니큐어 화.
흔히 볼 수 있는 일용품, 생활용품에 매니큐어로 섬세하게 그려간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화려하게 재탄생된 작품들처럼 자신의 마음도 환하게 밝아져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매니큐어만으로 만든 것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새삼 삶에 대한 희망과 용기가 가슴속에 가득 차게 된다.
작은 시도가 가져온 큰 삶의 변화를 부디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발견할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내 소꿉친구 영이는 늘 손톱에 빨간색 매니큐어를 발랐다.
그녀는 빨강 손톱이 모든 액운을 막아준다고 말했다.
70이 다된 오늘도 그녀는 열심히 매니큐어를 바른다.
6년 전 홈쇼핑 채널에서 15가지 색깔의 매니큐어를 소개하고 있었다.
나는 그 순간 영이 생각이 났다.
나는 남편에게 빨리 홈쇼핑에 전화를 좀 걸어달라고 부탁했다.
매니큐어를 받아들고 ‘어쩌면 이리도 고운 색들을 만들었을까?
세월이 참 좋아졌구나’ 하고 생각 했다.
나는 열 손톱에 내가 좋아하는 색들을 바르고 꽃도 그려넣었다.
예뻤다. ‘백가지 액운도 막아주겠지...’ 며칠은 행복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니 손톱이 무겁고 마음까지 갑갑해져 왔다.
손톱들이 숨을 쉴 수 없다고 아우성치는 듯 했다.
음식에 부스러기가 들어갈까 불안하기도 했다.
아세톤으로 싹 지워버리니 손톱도 마음도 가벼워졌다.
그 후 몇 년째 책상 구석에서 잠만 자던 매니큐어들을
어느 날 새벽 열어보니 떡떡하게 굳어가고 있었다.
나는 우리 집 낡은 화분과 주워온 항아리며 화분, 빛바랜 플라스틱
장난감에 매니큐어로 그림을 그려보았다.
낡고 퇴색해 버려진 것들이 화사하게 웃으며 살아났다.
잠을 깬 남편은 극찬했다.
십 수 년을 병마와 싸우며,
어느 날은 하루에도 내과, 안과, 신경정신과를 차례로 드나들었다.
거의 시각장애인 상태로 눈을 제대로 못 뜨고 산다.
덕분에 집 안팎살림은 몽땅 남편 차지가 되었다.
두세 달에 한 번씩 보톡스 주사로 억지로 눈을 띄워 놓지만 고통과 불편함은
상상초월이다.
그나마 놀라운 현대의학의 혜택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내 안과 주치의께서는 평생 안고 갈 난치병이라고 하셨다.
어느 날 TV를 보니 나와 같은 병(눈꺼풀 연축)을 앓고 있는 한 여인이,
남편이 그녀를 위해 풍광 좋은 곳에 유리로 집을 지어 주었는데, 좋은 공기에
햇볕 많이 쬐고, 좋아하는 음악 들으며, 꽃 가꾸고 마음 편히 살다보니
눈의 통증이 사라지면서 좋아졌다고 했다.
나도 매니큐어로 그림을 그릴 때면 눈이 빵그렇게 떠지고, 마음도 편하고 즐겁다.
어쩌면 나도 그 여인처럼 완치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긴다.
얼마 전 터키의 한 시골농부의 아내가 심심풀이로 그렸던 그림들이
하루아침에 그녀를 세계적인 화가로 만들어주었다.
나도 하면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
불행과 고통속의 열정은
작가를 만든다.
철학자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