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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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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두고 간 차표 한 장

출간일
2026-06-19
저자
김정미.
분야
문학
판형
신국판(152 X 225)
페이지
262
ISBN
979-11-392-3290-5
종이책 정가
17,000원
전자책 정가
원
저자소개

김정미.

김정미

하늘과 맞닿은 해발 750미터 산골, 사흘 만에 지은 진흙 오두막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엄마가 손수 지어준 교복을 입고 20리 산길을 걸어 학교에 다녔다. 그 길을 버티게 한 것은 언제나 곁에 있던 엄마였다.
졸업 후 교단에 섰다가, 이후 역무원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여행길 곁에 있었다.
퇴직 후 지금은 청풍명월의 고장 제천에서 벌꿀지기로 살아가고 있다.
서울에 사는 손녀들과 가끔 만나 함께하는 시간이 노년의 가장 큰 행복이다.
이 책은 긴 세월을 돌아, 아홉 살 산골 아이였던 나에게 보내는 뒤늦은 답장이다.
손녀들과 함께한 십 년의 이야기는 『할매, 별이 따라와요』로 곧 출간될 예정이다.

나는 기차역에서

사람들에게 표를 나누어 주던 역무원이었다.

 

오늘은 아주 특별한 표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이 표를 손에 쥐면 시간이 거꾸로 흘러간다.

덜컹거리는 기차 소리를 듣다 보면 어느새

아홉 살의 내가 살던 호랑이 발자국이 찍힌 오두막 앞에 도착한다.

750m 오지 산골에서 쉰 살 어머니와 살던 9살 아이의 이야기

 

엄마 얼굴은 주름이 가득하고, 머리칼은 희끗희끗하고, 허리는 조금 구부정하다. 친구들 엄마는 머리를 곱슬곱슬하게 하고 예쁜 구두를 신는데, 우리 엄마는 한복에 하얀 고무신만 신는다. 나랑 쉰 살이나 차이가 난다.

- 〈우리 엄마는 처음부터 늙어 있었다!〉 중에서

 

며칠 뒤, 교회에서 우리 집을 지어주기로 했다.

“엄마, 우리도 이제 우리 집이 생긴대요.”

엄마는 웃으셨다. 사흘째, 정 집사님이 찾아오셨다.

“사모님, 집 다 됐습니다. 내일 이사하시면 됩니다.”

우리는 동시에 되물었다.

“사흘밖에 안 지났는데요?”

다음 날 아침, 짐 보따리 하나씩 들고 교인들을 따라 깊은 산속으로 걸었다.

- 〈진흙으로 만든 우리 집〉 중에서

 

아침, 엄마가 급히 부르셨다.

“정미야! 이것 좀 봐라!”

눈을 비비며 마당으로 나갔다. 새하얀 눈밭 위에 내 손바닥만 한 구멍이 푹 파여 있었다. 옆에는 날카로운 발톱 자국도 선명했다.

“이거… 호랑이 발자국일지도 모르겠다.”

- 〈호랑이와 숟가락〉 중에서

 

“우리 정미가 종 치는 법을 배웠습니다. 제가 옆에서 돕겠습니다.”

나는 깜짝 놀라 엄마를 쳐다봤다.

“그럼 권사님과 정미에게 우리 교회 종을 부탁하지요.”

목사님이 웃으며 말씀하셨다. 그때 내 나이는 아홉 살이었다.

- 〈아홉 살 종지기〉 중에서

 

그날 밤, 호롱불 아래에서 엄마는 바늘과 실을 들고 말없이 교복을 만드셨다. 밤이 깊어도 눕지 않으셨다.

며칠 뒤, 교복이 완성됐다. 거울 앞에 서서 입어 보았다. 한복지로 만든 교복은 새 한복처럼 빳빳했다.

첫 등교 날, 엄마표 교복을 입고 스무 리 산길을 걸었다.

- 〈엄마표 교복을 입고〉 중에서

머리글: 아홉 살의 기차표

 

제1정거장: 쉰 살 터울 산골 엄마

우리 엄마는 처음부터 늙어 있었다!

엄마의 기도와 눈물 소나기

엄마의 쩔렁쩔렁 자장가

몽당부지깽이와 내 이름

엄마의 무게

엄마의 손수건

고향의 봄

엄마의 하얀 손가락

운동회와 보자기 도시락

쥐 꼬리를 잡은 우리 엄마

엄마의 빈 자루와 구수한 떡

 

제2정거장: 사흘 만에 지은 우리 집

진흙으로 만든 우리 집

호랑이와 숟가락

마당에 핀 봄 울타리

싸리대문과 설탕 봉지

지붕 위의 돌멩이

천장 위의 친구들

한 뼘 밭

전깃불이 들어온 날

 

제3정거장: 산골 아이와 종소리

혹인 줄 알았던 나

아홉 살 종지기

설탕보다 달콤한 종지기 월급

마지막 꼬마 종지기

선녀야, 놀자!

엄마하고 만든 꽃밭

돌사탕과 만화책

분홍색 립스틱 도장

아카시아 파마

열두 번 이사 가는 밥상

옥수수밭의 금가루

찬장 속의 노란 유혹

초록 댓잎과 빨간 잠바

하얀 날개를 달고 다녀온 세상

흙벽에 붙여둔 소중한 반쪽 껌

 

제4정거장: 엄마 손 꼭 잡고

달님에게 들키다!

가마솥에 녹아버린 우유

공비의 밥상

국수 꼬랑지

달콤하고 미안한 엿

댓돌 위의 운동화

두둑해진 엄마 주머니

뒷도는 거꾸로 신은 신발

라디오 속 사람들

산 너머 작은 샘터

산속에서 들려온 엄마 목소리

석유 닳는다, 불 꺼라!

엄마는 나를 두고 가지 않아

엄마의 민간요법

우체부 아저씨가 오는 길

이모 오시는 날

모독실이

 

제5정거장: 고무신과 책보

교과서 받던 날

공책만 한 하늘

전화 심부름

대답 없는 이름

난로 위의 도시락

손 들 수 없는 조사

볼록한 편지 봉투

엄마가 얻어온 가방

까마귀 친구가 울 뻔한 날

저축 안 하는 저축부장

째깍째깍

나뭇잎이 손바닥만 해지면

 

제6정거장: 스무 리 통학길

엄마표 교복을 입고

통학버스보다 먼저

세 번째 재의 뱀

외낭골 친구

 

제7정거장: 기차가 지나는 구름 마을

검은 마을의 아이들

우리 마을 공터

‘뻥’ 소리와 함께 시작된 명절

통리역 옥수수 장사

소풍날 나타난 아이스케키 아저씨

영화배우가 파는 껌

 

맺음글: 마지막 역에서, 정미가 드리는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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